기술특례 상장, 체면은 당국이 세우고 책임은 증권사에

2년내 부실 발생시 다음 특례 상장시 환매청구권 의무화
평가기관과 거래소, 금융당국은 의무 없어
"경영 참여할 수 없어…과도한 조치" 지적도
  • 등록 2023-08-30 오전 6:00:00

    수정 2023-08-3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금융당국이 기술 특례 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주관사(증권사)에 사후 관리 책임을 확대하기로 하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 후 기업의 주가 관리에 대한 책임을 증권사에 지우는 내용이다 보니 무리한 책임 전가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술 특례 상장 제도 개선안’에는 상장 주관사의 사후관리 책임을 묻는 조항이 신설됐다.

개선안에 따르면 기술 특례 상장 기업이 상장 이후 2년 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등 부실화하면 해당 기업을 주관한 증권사는 향후 기술 특례 상장을 주관할 때 6개월의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해야 한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면, 공모주 일반투자자가 주관사에 주식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다.

또 인수 주식 보호 예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도 주관사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에 속한다. 주관사별 기술 특례 상장 건수·수익률 등 정보도 한국거래소에서 공시할 예정으로, 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관련 역량을 비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는 상장 후 부실한 경영을 일삼아 결국 투자자 피해를 낳는 특례 기업이 늘어나자 주관사가 상장 단계부터 보다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더 큰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취지는 잘 알겠지만 기업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주관사 입장에서 부실 경영을 어떻게 책임을 지고 막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기술 특례 상장 제도에 증권사뿐만 아니라 기술성 평가를 하는 평가기관과 상장 심사를 맡은 거래소, 증권신고서 승인을 내준 금융감독원 등이 모두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증권사만 부실의 부담과 책임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증권사에 6개월간 풋백옵션 의무를 부과한다고 해서 기술 특례 상장 기업의 부실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풋백옵션은 공모주 투자자의 수익률을 일부 보장해주는 장치일 뿐 부실기업의 증시 입성을 막을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조치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 문제다. 기술 특례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상장 후 5년간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도 일부 재무요건 적용을 유예해준다. 상장 연도를 포함해 5년간 매출 요건 등을 적용하지 않는 식이다. 2년 내 극단적인 부실 사례가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특례기업이든 일반 IPO 기업이든 상장 2년 만에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거나 자본잠식이 되는 등 극단적인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관사가 더 꼼꼼하게 접근하라는 뉘앙스로 읽힌다”면서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축될 요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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