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합병 상장이 연거푸 취소되면서 스팩주를 향한 투자심리가 위축하고 있다. 스팩 상장을 위한 첫 관문인 거래소 합병상장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탓이다. 공모주 고평가 논란 속 상장 심사가 강화되면서 합병상장이 취소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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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스팩 합병이 취소된 종목은 5곳으로 집계됐다.
유진스팩7호(388800)는 지난달 17일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케이엑스인텍과 합병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유진스팩7호는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케이엑스인텍이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진스팩7호는 합병 결정 철회에 따라 이날 주권매매거래가 재개됐는데 전 거래일 종가(8월31일, 2440원) 대비 15.0% 하락한 2075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신밸런스제16호스팩(457630) 역시 스팩 합병 철회 이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대신밸랜스제16호스팩은 합병상장예비심사 철회로 지난 3일 전장용 카메라 감시 업체인 루리텍과의 합병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합병 철회로 지난 7일 거래가 재개된 대신밸런스제16호스팩는 당일 종가 213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거래가 정지되기 전인 지난 1월16일 종가 2600원과 비교하면 21.8% 하락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올해 들어
한화플러스제2호스팩(386580)과
엔에이치스팩25호(438580)는 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로 비상장 기업과 합병이 취소된다고 밝힌 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스팩주들이 연이어 합병 추진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고평가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피합병되는 비상장기업은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스팩이 보유한 합병유입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한다. 시장에선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탓에 실적을 부풀려 상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장한 스팩 상장 기업 139곳 평균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추정치를 58.7%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국은 부풀려진 실적을 바탕으로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공시 및 심사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스팩 상장에 첫 관문인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부터 심사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철회하거나 상장 미승인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합병상장예비심사 제도나 규정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심사 과정에서 실적을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팩주가 반드시 합병되는 게 아닌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비 스팩의 합병 성공률이 50%대로 높아졌지만 짝을 만나지 못하는 스팩도 절반이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며 “합병 결정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