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상품은 기본적으로 ‘연금 상품’의 특성을 가진다. 가입 기간은 5년 이상인 장기 상품이며 가입자가 55세 이상되면 연금을 개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장기간 유지해 연금 형태로 수령했을 때 세제혜택이 큰 반면 중도해지할 경우 불이익이 큰 것이 사실이다.
굳이 중도해지를 하지 않고 일부 금액을 중도인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소득세법상 ‘부득이한 인출’에 해당되면 기존 세율(16.5%)보다 낮은 연금소득세(3.3~5.5%)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연금저축을 중간에 무작정 깨면 수령액 합계가 납입액보다 현저히 적을 수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선 상황, 세율 등 다양한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연금저축 계좌의 중도인출은 다른 개인연금 상품인 IRP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금융사에 연금저축 인출을 신청하면 세금이 붙는다. 은행 등 금융사에서는 이를 ‘연금 외 수령’이라고 표현한다. 세액공제를 받았던 원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특히 목돈이 필요해 연금저축의 인출이 필요한 경우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의료비인지, 천재지변으로 인한 목돈이 필요한 경우인지 등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또 개인회생·파산선고를 신청해 생활비가 여의치 않거나 연금가입자의 사망이나 해외 이주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연금저축의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해당한다.
한 은행권 세무전무위원은 “부득이한 사유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낮은 과세가 매겨지기 때문에, 해당 인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한 이후 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통계적으로 봤을 땐, 부득이한 인출보다는 높은 세율로 중도 인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직원도 “의료비 항목은 인출 한도가 있어 실제적으로 의료비에 쓴 금액이나 의료비 영수증 상의 금액까지만 인출이 가능한 경우들이 많다”며 “중도인출 사례를 전반적으로 분석해보면 부득이한 사례보다는 일반적 사례로 분류되는 게 많기 때문에 금융사에 인출이 필요한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도해지시 16.5% 기타 소득세 적용
수익률 계산없이 납입액만 단순 계산해보면 몇 년에 걸쳐 연금저축을 납입해 1000만원에 대한 세액공제 받은 A씨가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중도해지를 할 경우 165만원을 뗀 나머지 금액인 835만원만 수령할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1000만원 중 900만원만 세액공제를 받았다면 금융사는 900만원에서 16.5%를 뗀 이후 100만원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즉, 900만원의 16.5%인 149만5000원을 세금으로 내고 100만원은 그대로 더하면 총 850만5000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해지’와 ‘세제 혜택 금액’을 놓고 각각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예컨대 연봉 5500만원 초과자는 세액공제로 13.2%를 받지만 중도해지할 경우 공제액에 16.5%의 세금을 부과받는 등 각자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연금저축 세제혜택은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총 급여 5500만원 이하는 16.5%, 5500만원 초과는 13.2%를 받을 수 있는데 해지 시 내는 기타소득세는 모두 16.5%가 적용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저축은 절세 효과를 높이는 ‘세테크’ 방법 중 하나로 꼽히지만, 중간에 해지할 경우 세금에 대한 불이익도 큰 편”이라며 “나중에 연금으로 받게 되면 연금 소득세를 3.3~5.5%만 내면 되기 때문에 중도인출이나 해지를 결정할 때 꼼꼼하게 계산해보고 가입자 본인에게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