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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체재 중인 자가 해외 금융기관 등 비거주자와 예금거래 등 자본거래를 하려면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10억원 이상의 자본거래를 하면서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대법원은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섬유류 제품 제조회사 대표 정모(58)씨 및 해당 회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외국환거래법의 ‘10억원 이상 미신고 자본거래 처벌 규정’을 일정 기간 동안 이뤄진 미신고 자본거래의 총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면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의 기본원칙이다. 이에 따르면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씨의 31회 거래 중 10억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한 건도 없다. 다만 7회 거래부터는 전체 거래금액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했다. 검찰은 이를 동일한 범죄행위가 연속적으로 이뤄져 전체를 하나의 범죄행위로 처벌한다는 ‘포괄일죄’라고 봐 처벌을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외국환거래법상 자본거래의 일종인 예금거래와 관련해 개별 예금거래 금액이 처벌기준인 10억원을 초과하지는 않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이를 처벌할 수 있느냐였다.
1심은 정씨의 각 미신고 외국환 예금거래행위가 전체적으로 외국환거래법 자본거래 신고 의무를 위반한 하나의 죄가 된다고 판단(포괄일죄 성립), 정씨와 양벌규정에 따라 정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대해 각 유죄라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정씨 등의 외국환거래법상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은 일정한 금액(10억원) 이상의 자본거래를 하려는 자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일정한 기간 내에 이뤄지는 자본거래가 일정 금액(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외국환거래법은 10억원 이상의 미신고 자본거래에 대해 형사처벌한다. 반면 10억원 미만의 미신고 자본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거래 건당 금액이 30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신고의무 자체를 면제하고 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정씨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함께 적용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돼 원심의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