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그래픽 편집프로그램인 ‘포토샵’을 보유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와의 20조원대 인수를 포기했다. 각국 경쟁당국의 반독점 허들을 넘지 못해서다.
어도비는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규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경로가 없다”며 “지난해 피그마와 체결했던 인수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합의했다”고 밝혔다.
어도비가 피그마 인수를 포기한 것은 유럽럽 및 영국 경쟁당국이 두 회사 결합이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잠정 조사 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결정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8월 1단계 조사인 예비조사 결과 어도비와 피그마의 합병이 글로벌 웹 기반 디자인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심층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시장경쟁청(CMA)도 지난달 말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가 영국의 디지털 디자인 부문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잠정적인 조사 결과를 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어도비와 피그마는 경쟁당국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반대한다”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게 각 사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도비는 지난해 9월 현금과 주식으로 200억달러에 피그마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토샵 외에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등 이미지·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통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피그마는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주력 상품이다. 어도비의 디자인 협업 플랫폼인 XD 프로그램과 시장에서 경쟁해 왔다.
어도비는 인수 당시 계약에 따라 피그마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