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김정유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의 도덕적 해이로 오픈마켓이 유사금융업체처럼 운영됐습니다. 최소한의 규제 통한 자정 작용이 필요합니다.”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변곡점을 맞았다. 1세대 오픈마켓인 티메프가 구영배 대표의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창구로 활용되고,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업계 관행이 아닌 ‘그라운드 룰’을 도입해 제2, 제3의 티메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레드오션이 돼버린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상공인·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자정 작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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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업계 관행’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정부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판매대금 관련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판매자(셀러)의 정산주기를 길게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기준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오픈마켓이 유사금융업체처럼 운영되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면서 “자율규제였던 정산주기를 최소한 한 달 이하로 줄이고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이커머스 업계 전체에 동일한 룰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쿠팡, 네이버쇼핑 등 높은 품질을 가진 쇼핑몰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는 신규 업체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커머스 시장이 전문몰 중심으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 네이버쇼핑 등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기업과 C커머스(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장(세종대 교수)은 “티메프 사태가 플랫폼 전체의 작동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면서 “정산주기 강제나 자금을 묶는 식으로 규제가 강화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산주기 조정을 통한 자금 흐름은 셀러·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할인 쿠폰의 원천이 되는데 적자임에도 이를 통한 소비자 집객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플랫폼 경제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규제가 아닌)시장의 시그널에 의해 조정돼야 한다”면서 “정산주기가 짧은 플랫폼을 선호하는 셀러들은 이를 이용하고, 정산주기가 길어도 할인쿠폰을 활용하길 원하는 셀러들은 그 채널을 이용하면 된다. 결국 셀러들의 판매 전략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