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글랜우드PE(프라이빗에쿼티)가 LG화학 진단사업부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카브아웃(Carve-out) 전문’ 운용사로서의 역량이 재조명되고 있다. 글랜우드PE는 과거에도 기업의 특정 사업부문이나 자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독립적인 기업으로서의 가치 상승을 이끈 바 있어 이번에도 그 역량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LG화학의 각종 진단시약 제품.(사진=LG화학 제공) |
|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PE는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됐다. 지난달 말 진행된 본입찰에는 글랜우드PE 외에도 한국투자PE 컨소시엄, 이음PE, 이지스투자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바 있다.
LG화학 진단사업부의 매각가는 1000억~15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진단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약 400억원,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00억원 수준으로, 현금창출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본입찰 전부터 글랜우드PE는 유력한 원매자로 꼽혀왔다. 앞선 트렉레코드를 살펴볼 때 다수의 ‘카브아웃’ 딜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이뤄냈다는 이유에서다.
카브아웃(Carve-out)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문 또는 기존 자회사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단행되는 사례가 많다.
글랜우드PE가 가장 최근 마무리한 거래는 ‘한글라스’로 잘 알려진 한국유리공업이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19년 9월 한국유리공업을 프랑스 생고뱅으로부터 3000억원에 인수한 뒤 올 초 5900억원에 LX인터내셔널에 매각하며 3년여 만에 투자원금의 두 배 가량을 회수했다.
글랜우드PE는 3단계에 걸친 ‘합병 후 통합(PMI)’ 과정을 통해 한국유리공업을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큰 돈이 드는 설비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등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했다. 그룹 내 비핵심 자산이던 회사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딜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PI첨단소재(전 SKC코오롱PI) 역시 유사한 사례다. PI첨단소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에 사용되는 유색 폴리이미드(PI) 필름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의 쪼개진 공동 경영 체제를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사명을 교체하는 등 재정비 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매출 호조와 재무 건전성 개선 등에 힘입어 6070억원에 인수한 매각 대상 지분 가치가 2년여 만에 1조원 이상의 가치로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이번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전에서 우협으로 선정된 것 역시 카브아웃 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이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랜우드는 카브아웃 경험이 많은 운용사로, LG화학 진단사업부에 있는 임직원 등의 (인력 유출 리스크와 관련한) 안정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