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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9년 2월 북미간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이유로 한국 정부가 일본세력을 너무 무시한 것을 꼽았다. 호사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한반도 평화가 결과적으로 일본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2018~2019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 시기에 소외돼 있던 일본은 끊임없이 이를 방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볼턴 전 보좌관과 같은 백악관 내 대북 초강경파들과 손잡고 회담 무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은 싱가포르회담, 판문점 선언, 하노이회담에 이르기까지 국면마다 일본이 얼마나 집요하게 방해공작을 했는지 서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볼턴 전 보좌관은 이런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자였다. 호사카 교수는 이에 “일본을 무시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교수는 “독일 통일과 미·소 냉전 종료에도 주변국들의 협조가 중요했다. 주변 4강(强) 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외교적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6자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은 대표적인 다자주의적 대북 문제 해결방식이다. 2003년부터 6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테이블에 앉았지만, 결국 북한이 2008년 9월 영변 핵시설 복구작업을 시작하고 6차 회담을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6자회담의 실패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당사국이면서도 주변국들의 목소리에 밀려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호사카 교수는 우리 정부의 대일본 외교인력이 부실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청와대 격인 내각관방이 2000명인데 비해 청와대는 500명에 불과하다”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통일, 평화 공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00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일본 외교인력에 대해서는 “전멸하다시피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