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장장 3년을 끌어온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오늘(30일) 오후 열린다.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리매각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대한항공은 그간 합병의 큰 걸림돌이었던 EU 집행위원회의 화물사업 독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화물사업 매각 방안이 부결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양사 합병은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화물 적재하는 모습.(사진=아시아나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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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후 2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동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가 합병에 따른 유럽 노선 화물·여객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이에 대한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주요 노선 반납을 결정했다. 그런데 화물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다. 합병 9부 능선을 넘느냐 아니면 이대로 좌초하느냐 여부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손에 달린 것이다.
같은 날 오전 대한항공 역시 마찬가지로 이사회를 연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이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매각할 경우 이를 인수하는 상대방과 ‘고용 보장 및 처우 개선’을 지원하는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한 조건은 ‘전체 이사의 과반 참석, 참석자의 과반 찬성’이다. 6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만 화물사업 매각이 이뤄진다. 6명 중 절반인 3명이 반대해 찬반 동수가 나올 경우 매각은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이사회 내부에서는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과의 합병만이 아시아나항공의 유일한 살길이라는 주장과 화물사업까지 매각하며 합병하느니 차라리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재무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어 독자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12조원에 달하는 부채 탓에 순손익은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대규모 이자비용과 비우호적 환율 조건 탓에 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합병하지 않는다면 홀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반대 측에서는 화물사업 매각이 말처럼 쉽지 않을뿐더러 배임죄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사업은 코로나19 당시 연 매출 3조원을 넘기며 아시아나항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쓰는데 핵심 역할을 한 사업이다. 화물특수가 끝난 후 규모가 줄었다지만 올 상반기에만 7800억원의 매출실적을 거뒀다. 이 핵심 사업 매각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배임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찬성과 반대 모두 나름의 논리가 확실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이사진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