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담대 취급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은행들이 빠르게 주담대 금리를 올린 것이 결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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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6개월 신규 코픽스 기준)는 이날 기준 연 4.94~6.14%로 신용대출 금리(4.71~6.71)보다 하단이 0.23%포인트 높다. 지난달 16일만 해도 신용대출 금리(4.58~6.58)가 주담대 변동 금리(4.53~5.73%)보다 높았지만, 다음날부터 금리 역전이 일어난 후 한달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도 15일 연 5.707~7.207%로 신용대출 금리(5.392~5.992)보다 상·하단 모두 높다.
통상 주택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주담대는 신용으로만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데, 최근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고정금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75~5.95%로 신용대출 금리(4.68~6.68)보다 하단이 0.07%포인트 높았다. 지난 2일에는 주담대 고정 금리가 연 4.59~5.79%로 신용대출 금리(4.68~6.68)보다 낮았는데, 상·하단이 0.16%포인트 뛰며 뒤집혔다. 주담대 고정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현상은 6일까지 이어지다가 현 시점인 15일에는 주담대 고정 금리(4.51~5.71)가 다시 신용대출 금리(4.71~6.71)보다 낮아지는 등 들쑥날쑥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러한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가계 빚 증가세를 잡아야 하는 당국의 주문에 은행들이 주담대를 줄이려 일부러 ‘디마케팅(Demarketing)’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앞다퉈 가산 금리를 높이거나 우대 금리를 깎는 식으로 줄줄이 주담대 대출 문턱을 높였다. 우리은행에서 주담대와 신용대출 역전현상이 일어난 지난 3일은 우리은행이 우대 금리를 축소해 주담대 고정형, 변동형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한 날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3일 주담대 변동 금리를 0.2%포인트, 고정 금리는 0.1%포인트 올린 데 이어 20일 만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했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달 11일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올렸으며, 신한은행 역시 이달부터 변동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장기 대출이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장기 프리미엄’이 금리값에 포함된다”면서도 “최근 가계부채 관리 때문에 금리를 조정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 빚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9월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