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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가전은 주택을 지을 때 기본으로 설치되는 가전으로 기업간거래(B2B) 영역에 속한다. 한 번의 계약만으로도 물량을 대거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냉장고, 가스레인지·인덕션,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스템 에어컨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전체 가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역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능을 도입한 가전제품을 활용해 집안 전체를 제어하는 스마트홈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집을 지을 때 스마트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아예 빌트인 가전을 통해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전업계가 눈여겨 보고 있는 시장은 북미·유럽·중동 등 해외 지역이다. 고급 주택에 프리미엄 가전을 통째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독일 브랜드인 밀레 역시 빌트인 강자다. 지난해 밀레는 주방가전 전체 매출 중 빌트인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4.4%로 전년(66.7%) 대비 늘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공략 중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특히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삼성과 LG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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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철 LG전자 H&A(가전)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1일 “지난 5년간 H&A사업본부 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전체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 발 앞서 빌트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주방용 패키지를 유럽 시장에 선보이면서다. 프리미엄 라인인 ‘비스포크 인피니트’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선보였다.
북미 시장에서는 아예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했다. 지난 2016년 인수한 데이코는 미국에서 5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온 ‘럭셔리’ 브랜드다. 냉장고부터 식기세척기, 오븐 등 주방 가전에서 특히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확보한 거래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 패권을 놓고 다투던 삼성과 LG가 빌트인 가전 시장까지 눈을 돌리면서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북미·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이미지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양사 모두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