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에도 나몰라라…당국 무책임이 위기 키운다

[쌓이는 보험사 매물]③
MG손보·KDB생명, 당국 관리 속 실적 되려 악화
발 빼는 PE·금융지주 “인수할 이유가 없다”
잦은 보직이동…담당자 부재에 동력 상실
  • 등록 2024-04-19 오후 4:20:00

    수정 2024-04-19 오후 4:20:00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으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당국의 관리 속에서도 실적 악화를 겪는 보험사들이 늘어나면서 무책임한 공적 자금 투입이 오히려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기적으로 인사 발령이 나는 금융기관의 특성상 M&A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담당자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MG손해보험이다. MG손보는 전신인 그린손해보험 시절 자본 적정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2012년 자베즈파트너스-새마을금고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당시 매각을 주도한 건 예금보험공사였다. 하지만 컨소시엄에 인수된 후에도 MG손보의 경영 정상화는 요원했고, 결국 2020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에 다시 매각됐다.

JC파트너스에 매각된 지 2년 만인 2022년 금융당국은 MG손보를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MG손보의 RBC(지급 여력)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JC파트너스 측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대부분의 손보사 RBC 비율이 급락했다며,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충 계획을 제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예금보험공사 관리 하에 들어간 MG손보는 또다시 새 주인을 찾는 중이다.

문제는 금융당국 체제하에서도 재무 건전성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MG손보의 K-ICS비율(신지급여력비율)은 64.5%로 당국 권고치(150%)에 여전히 못 미친다. KDB생명의 사정도 비슷하다. 2010년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들어간 후 지난 10년 동안 총 6차례의 매각이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반복되는 매각 무산에 KDB생명의 건전성은 크게 훼손됐고, 결국 산은은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1조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당국의 대처가 아쉽다는 분위기다. 보험사는 기존 계약과 판매된 상품을 토대로 미래의 이익을 추산하는데, 금융당국이 일시적인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회사의 ‘팔과 다리’를 묶어버린다는 지적이다. 또 당국의 관리 하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경영 정상화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보 등 대부분이 순환 근무를 하는 탓에 담당자가 바뀌면서 중장기 정상화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사모펀드 관계자는 “MG손보의 경우 (당국의 관리 하에) 경영권이 없는 상태로 2년 넘게 놔두고 있다 보니 회사가 많이 망가진 상태”라며 “부실금융기관 지정, 공적자금 투입 등 중차대한 결정을 내린 금융당국의 책임자들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점도 M&A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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