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자본시장에서 통한 전략을 묻는 질문에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답변이다. 금리 인하 불확실성으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한 만큼, ‘버티기’보다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상황을 돌파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설명이 되돌아온다.
이들이 언급한 전략 중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공개매수-상장폐지’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모펀드(PEF)운용사가 거시여건이나 증시 상황에 따른 주가 변동 리스크 없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릴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전략은 하반기에도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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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했거나 관련 절차를 밟는 대표적인 곳은 △한앤컴퍼니의 쌍용C&E △MBK파트너스의 커넥트웨이브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락앤락 △아키메드그룹의 제이시스메디칼 △원익그룹의 티엘아이 △신대양제지의 대양제지 등이다. 이는 4건에 불과했던 지난해 연간 규모에서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운용사들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공개매수-상장폐지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사모펀드운용사 아키메드는 지난달 미용 의료기기 업체인 제이시스메디칼의 최대주주로부터 26.44%의 지분을 취득했고, 잔여 지분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회사는 이달 22일까지 주당 1만 3000원에 제이시스메디칼 보통주 5572만 4838주(72%)를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있는 국내 1위 시멘트 업체 쌍용C&E는 9일 상장폐지됐다. 지난 2월 한앤컴퍼니는 쌍용C&E 잔여 지분 공개매수로 지분율을 93%대로 끌어올렸고, 이후 장내 매입 등을 통해 100%를 확보한 바 있다.
하반기에도 유효…소액주주 달래기는 ‘숙제’
하반기에도 운용사들은 이러한 전략을 활발하게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이후 재매각(엑시트)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 지분을 깔끔하게 품을 수 있는데다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에 최적의 전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락앤락 경영권을 확보한 홍콩계 PEF운용사 어피너티는 최근 락앤락 잔여 지분 확보차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시도했으나 목표치인 95%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9월 초까지 추가 매수에 나선 상태다. 이 밖에 MBK파트너스는 커넥트웨이브 잔여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2차 공개매수까지 진행했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에 난감해하면서도 이를 평생 안고 갈 숙제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공개매수를 계획 중인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 거래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책정하는 공개매수가에 모두가 행복할 순 없다”며 “주요 출자자(LP)들도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상장폐지를 언급하고 있어 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관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액주주 반발은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 시장 상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실질 가치보다 저평가돼(주가가 낮아) 공개매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좋은 매물이 쌓여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운용사 및 기업들도 상장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국내 시장에 노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단기간에 드라마틱하게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이러한 전략이 M&A 시장을 어느 정도는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