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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노희준 기자]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0%대로 하락하면서 법무부가 2012년에 발표한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법무부는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인원을 1451명으로 결정하면서 향후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8년간 변시는 선발시험으로 치러졌으며 법무부는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4일 법학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2년 1회 변시를 앞두고 2011년 6월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호사시험을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자격시험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시험도 이에 맞춰 변호사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한다”고 명시했다.
1회 변시 앞두고 “자격시험으로 결정”
법무부는 2012년 3월 첫회 변시 합격자 결정 보도자료에서도 “1회 시험성적 분석 자료만으로는 자격시험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되 2014년 이후의 합격자 결정방법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자격을 부여할 기준점수를 설정하려면 최소 3회 이상의 성적자료가 쌓여야 하기에 2회까지는 선발시험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대신 2014년 이후에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법무부는 당초 입장과 달리 올해 치러진 8회 변시까지 선발시험을 고수하고 있다. 변시 합격률은 1회 때와 마찬가지로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로 못 박고 지난해까지 1500~1600명만 선발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변시 합격률을 높여달라고 촉구했다. 로스쿨 재학생·졸업생·교수들은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란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변시 합격인원을 1500명 선으로 정해놓고 무조건 합격자 수를 제한하면 학생들은 시험을 어느 시기에 보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며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면서 변호사 소양을 갖춘 학생들을 합격시켜야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규 한양대 로스쿨 교수도 “변시 합격률이 하락할수록 로스쿨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시험에 나오는 내용만 공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대로 가면 로스쿨 교육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시 커트라인도 모순…“시험관리위 개선해야”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인원을 결정하는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관리위)의 위원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관리위에는 경력 10년 이상의 판사와 검사, 법무부 고위공무원, 변호사, 법학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위원 15명 중 절반가량이 변호사단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목 충북대 로스쿨원장은 최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행한 2018년 연구보고서에서 “관리위원 중 판사와 검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들이 15명 중 7명을 차지하는 것은 법조 3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개원 10년간 변호사시험 합격인원이 매년 1600명을 넘지 않았던 이유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가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법조계 입장을 대변하는 관리위 탓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시 자격시험 전환에 대해 “합격 최저점수 설정과 자격시험에 부합하는 합격률의 적정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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