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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서울시 중구 통일로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게 적절히 반영되지 않으니까 자꾸 문제가 생긴다”며 이렇게 제언했다.
전기요금은 민감한 이슈다. 현 전력 생산 과정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처럼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가 뒤따른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전 가동 42년이 지나도록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영구 저장할지 정하지 못했다.
이런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 해결의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태세를 바꿔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논란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다가도 요금체계 개편 논의 문제가 불거지면 임을 다문다.
국내 전력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공기업 한국전력(015760)공사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놓기로 했으나 결정 시기를 결국 하반기로 연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자칫 요금인상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현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누군가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뒤로 미룰수록 부담이 커지는 만큼 미래세대에 떠넘기지 말고 지금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것이다.
그는 “에너지 시장의 다양한 해결과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격 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다른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도입해야 에너지 전환과 새로운 사업 기회의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콩값이 오르면 두부값도 오르는게 상식”
조 원장은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주장한다. 현 전기요금 체계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전력 소비자에게 사실상 정액을 받는 총괄원가제다. 이를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주요 발전 연료의 시세 변화에 연동하는 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연료값이 하락하면 전기요금이 내리는 만큼 일방적인 인상 주장이 아니다.
그는 “현 전력시장의 상황은 콩보다 콩으로 만든 두부가 더 싼 상황인 것은 물론 콩 가격이 아무리 바뀌어도 두부 가격은 고정된 상태”라며 “콩 가격이 오르면 두부 가격도 오르고 콩 가격이 내리면 두부 가격 역시 내리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요금인상에 대한 우려로 번번이 실패했다. 2008년 이후 국제유가 변동 폭이 커지면서 한전의 영업이익이 많게는 11조~12조원(2015~2016년) 흑자를 내다가 유가가 폭등하면 수조원 적자를 내는 널뛰기를 했지만 누구도도 현재 요금체계를 바꿀 생각을 못했다.
전력업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력업계 국제유가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울 땐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호소했으나 정작 유가가 떨어진 시점에서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 상반기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는 선을 그어 왔다. 올 들어 국제유가 급락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원장은 “현재 필요한 건 전기요금 현실화보다는 합리화”라며 “요금체계를 개편한다고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 미친다며 갑자기 요금ㅇㄹ 올리자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세워 제대로 비용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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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원장은 “국제유가가 떨어진 현 시점이 연료비 연동제 도입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앞선 도입 논의가 실패한 건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우려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없이 지속 가능한 요금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현 국제유가 추이라면 당장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더라도 당분간 큰 요금 변동 우려가 낮다.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이던 국제유가는 4월 한때 20달러 밑까지 급락했고 지금도 40달러 전후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여파로 원래 석탄 공급가의 1.7배 수준이던 LNG공급가가 올 4월께 석탄 공급가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 출혈경쟁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감소가 겹친 만큼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에 적용하고 있는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제 도입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전력 부하 계절·시간대엔 높은 요금을 받고 적게 쓸 땐 낮은 요금을 받음으로써 전체 에너지 소비의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호텔 숙박비가 성수기와 비수기 때 차이가 나는 것처럼 전기요금도 계절·시간대별로 차등을 두면 소비자에게 전기 절약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전제해야만 더 안전하고 깨끗한 방향으로의 에너지 전환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없인 원전도 대안 안돼”
에너지업계 일각에선 원전이 화석연료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원전은 미세먼지는 물론 기후위기의 주요인인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원장은 현 상황에선 원전이 현 전력산업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원전산업을 일으킨 지 60여년이 다 돼 가지만 사용후 핵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조 원장은 “원자력업계는 지금까지 60년 동안 멋있는 집(원전)을 짓고 운영하는데 공 들여왔지만 이제 그 집들의 수명이 다해간다”며 “이젠 이를 어떻게 폐기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간 처리할 기술이 나오리라 생각하고 집 밑에 묻어둔 정화조(사용후핵연료)가 다 차오르도록 결론을 못 내린 현 상황에서 새로운 걸 짓는다는 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실제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첫 원전 고리1호기는 3년 전인 2017년 영구정지하고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2호 원전 월성 1호기 역시 지난해 영구정지했다. 남은 24기의 원전은 앞으로 차례로 수명을 다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할지는 결정 방식을 정하기 위한 공론화 단계에서 좀처럼 진전이 없다.
그는 “(원전이) 공학적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라보는 시민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비로소 완전한 생태계를 이룰 수 있다”며 “원자력 정책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이 같은 안전과 안심의 괴리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기반 아래 민간 사업자가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다시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원장은 “이대로 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우리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때”라며 “연구원도 현 에너지 전환 정책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방안을 계속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용성 원장은=△1964년 서울 출생 △중대부고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학·석사 △미국 미네소타대 응용경제학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장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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