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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는 2014년 12월 엠캐피탈과 수산물담보대출상품 등의 C를 알선하고, 대출업무 중 일부를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A업체의 알선에 따라, 엠캐피탈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주식회사 E 등 6개 업체와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A업체는 대출약정에 관한 여신거래약정서의 연대보증인란에 기명·날인했고,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의 담보물을 평가해 엠캐피탈에게 창고 물품 심사 및 보증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다만 창고 물품 심사와 보증서 제3항에는 엠캐피탈의 요구에 따라 ‘본 담보물의 심사는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랐으며, 이를 담보로 취급함에 있어 원고는 연대입보 의무를 다하고,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할 경우 본 심사를 담당한 원고는 본 건을 담보로 한 대출금액을 상환하고 매입할 것을 확약합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의 C들은 엠캐피탈에게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했고, 엠캐피탈은 A업체의 위 여신거래약정서상의 연대보증, 창고 물품 심사 및 보증서 제3항을 근거로 A업체에게 이 사건 각 대출원리금의 대위변제, 담보물의 인수를 요구했다.
A업체는 엠캐피탈이 지급받은 대위변제원리금과 A업체로 하여금 부담하게 한 창고보관료 상당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A업체는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한 회사로서 오로지 엠캐피탈과의 거래를 위해 설립돼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업무만을 한 반면, 엠캐피탈은 자본금이 453억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서 A업체의 영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의 주체가 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그 지위를 이용해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는 C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각 대출약정 체결이 성사돼야 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부득이 피고와 약정을 맺게 된 사정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이행합의 당시 원고가 급박한 곤궁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고는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각 대출 약정의 당사자인 이용자를 알선할 의무만 부담할 뿐 대출약정의 체결 여부와 그 내용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대출 이용자 알선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용자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대보증채무·대위변제의무·담보매입의무까지 사실상 강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추가적 대가나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보 검수·평가 등 업무 과정에서 자신의 고의·과실과 무관한 요인으로 인한 피고의 손해까지 전보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을 통해 원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 반면 피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얻게 됐으므로,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