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 2곳 중 1곳은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61곳 중 56.3%(147곳)가 증권사가 제시한 영업이익 전망치를 5% 이상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전망치보다 5% 이상 웃도는 ‘어닝 어프라이즈’ 기업은 단 31곳(11.9%)에 그쳤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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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이어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급등,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이 기업 수익성을 단단히 갉아먹은 모습이다. 글로벌 소비심리가 침체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3조376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며 기대치를 5.7% 하회하는 성적을 냈다. 적자 단골인
한국전력(015760)도 지난해 32조6552억원의 손실을 내며 예상(31조4659억원)보다 더 큰 손해를 봤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4분기 증권사의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31곳 중 기대치를 5% 이상 하회한 기업은 67.5%에 달했다. 231곳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도 13조4449억원으로 예상치(26조1465억원)를 무려 48.6% 밑돈다.
통상적으로 4분기 대다수 기업들이 성과급이나 인수합병(M&A) 대금 등 일회성 비용을 털어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평균 32% 하회한 점을 감안하면 작년 4분기 실적 침체가 유독 심각하다는 평가다. 4분기 실적 침체의 골이 깊은 만큼,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도 최근 한 달간 8.8% 하향됐다.
하지만 증권가는 2분기부터는 차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어닝 쇼크도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맞춰 호텔, 레저 등의 업종에 대한 눈높이는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 처리를 한 증권업종이나 충당금을 쌓아 ‘빅배스’를 마친 조선업종도 올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들어선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살아날 것이라는 목소리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는 미국의 긴축 사이클 종료와 중국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기업 이익도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이 점차 2024년 이익 전망치로 옮겨지며 코스피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