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그늘 '노후파산'…자식에 빚부담 안 주려면[상속의 신]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40)
자립능력 상실한 노인의 비참한 삶 '노후파산'
법원 파산신청 통하면 면책…법률구조공단 도움
상속재산파산신청 통해 법률적 보호 받을수도
  • 등록 2024-11-10 오전 9:11:08

    수정 2024-11-10 오전 9:11:08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재산만 상속되는 것이 아니라 빚도 상속된다.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하는 경우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과 함께 빚도 같이 상속받는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빚을 상속인의 재산으로 변제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자식들에게 이런 법률적 문제들을 남기는 것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노후에 파산하거나 빚에 쪼들리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고,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생을 잘 마치는 법은 없을까?

일본 NHK방송의 스페셜 제작팀이 지은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이라는 책이 2016년 한국에서도 출판됐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면서 자식들을 돌보고, 집도 있고, 연금까지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빚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금으로 충분할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노후는 너무 가혹한 시간으로 다가왔다.

이 책에서는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 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비참한 삶을 ‘노후 파산’이라고 정의했다. 현실은 독거 고령자의 급증, 연금 지급액의 부족, 의료와 돌봄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의 증가로 인해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가는 돈은 많아진다. 더 이상의 소득증가를 예상할 수 없는데 나가는 돈이 많으니 노인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전처럼 자식들의 부양도 기대하기 어려워 우리나라 노인들도 노후파산의 문제는 시간 폭탄처럼 다가올 것이다.

노후파산에 나오는 다시로 씨는 젊었을 때는 동료들과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많이 했다. 그러나 노후에 돈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말했다. “가난이 뭐가 괴로운가 하면 말입니다. 주위에서 친구들이 전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뭘 해도 돈이 드니 거절을 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점점 더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이제 정말 지쳤습니다.”

다시로 씨는 노후 파산에 몰림으로써 사람들과 유대가 끊기고 외로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홀로 사는 고령자의 경우 연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서 가난에 빠진 노인들의 현실이 이 책에 실감나게 나와 있다.

노인들은 노후에 새로운 수입이나 수입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어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을 한다. 먹을 것도 안 먹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노후 파산은 특히 독거노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이러한 노인들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

그럼에도 빚을 남기고 죽는 사람들은 그 빚이 자식에게 물려지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전에 법원에 파산신청을 통해서 남은 빚에 대해 면책을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법원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소득의 발생을 기대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 쉽게 면책을 허가할 것이다. 면책받아 놓으면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신청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파산에 이를 정도의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로 파산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으니 그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 있다.(대한법률구조공단 홈페이지의 개인회생·파산 법률지원센터 참조.)

그러나 이러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런 경우는 상속인, 유증자, 유언집행자, 피상속인의 채권자 등이 법원에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파산관재인이 채권자집회, 채권조사, 환가절차, 배당절차 등을 통해서 채권자들에게 남은 재산을 분배한다. 상속개시 후 3개월 내에 하거나 한정승인절차 중에도 파산신청이 가능하다.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면 복잡한 재산정리를 상속인이 하지 않고 파산관재인에게 맡길 수 있고, 채권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상속인의 재산과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분리되기 때문에 상속인은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정승인보다 상속재산파산절차가 상속인에게 유리하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