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지점 규제설에 홍역치른 금융시장

달러품귀 우려로 번져..채권·외환·주식, 트리플 약세
정부 해명 "중장기적으로 봐야..규제시 부메랑될수도"
  • 등록 2009-10-19 오전 8:20:08

    수정 2009-10-19 오전 8:20:08

[이데일리 이학선 문정현기자]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지 모른다는 소문에 채권, 외환, 주식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채권값은 급락했고 달러값(현물환율)은 큰폭 상승했다. 주식시장도 채권금리 상승폭이 커짐에 따라 장막판 하락폭을 키웠다. 외은지점 규제시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기사는 19일 7시30분 이데일리 유료서비스인 `마켓프리미엄` 및 `마켓포인트`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 무슨일 있었나?

외은지점 규제소문이 나오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은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다.

채권시장은 장초반부터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았다. 국채선물을 팔기 시작하더니 막판에는 사상최대인 2만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순매도했다. 외은지점에 대한 차입규제가 시행될 경우 통화스왑(CRS)을 통한 재정거래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채선물 값이 급락하자 국내 채권금리도 일제히 오름세(채권값 하락)를 기록했다.
 
외은지점은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를 CRS시장에서 원화로 바꿔 통안증권이나 국채 등에 투자한다. 외은지점에 대한 차입 규제시 더이상 이런 거래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선물은 물론이고 통안증권과 국채 등 현물까지 서둘러 팔아치운 것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정부가 외은지점을 규제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외국인들의 투매심리가 강해졌다"며 "이로 인해 현물과 선물, 스왑시장이 모두 영향권에 들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CRS금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달러가 흔해(달러조달 비용이 낮아) CRS를 통한 재정거래가 활발해질수록 CRS금리는 오르고, 그렇지 않을 경우 CRS금리는 떨어진다. 지난 19일 CRS금리는 `달러품귀` 우려로 0.10~0.15%포인트 하락했다.

◇ 비싼값 주더라도 `달러사자`

외환시장의 경우 FX스왑시장을 시작으로 현물환 시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우선 선물환과 현물환의 차이를 나타내는 스왑포인트가 마이너스 0.7원(1개월물 기준)으로 직전거래일보다 0.3원 떨어졌다. 나중에 싼값에 달러(선물환)을 팔더라도 당장 비싼값에 달러(현물환)를 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Buy&Sell).

이는 현물환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물환 달러-원 환율은 1164.5원으로 직전거래일에 비해 10원 가까이 올랐다. 미리 싼값에 달러를 매도한 곳은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외은지점을 규제할 경우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채권과 외환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외은지점은 달러조달 창구로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

올해 2분기 외은지점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212억달러로 국내 전체 외환거래의 절반을 차지했다. 해외차입규모는 6월말 현재 697억달러로 국내은행의 약 2배에 달한다. 잘못 건드리면 외화조달창구가 막혀버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감독당국이 최근 발표한 은행권 외화유동성 규제에서 외은지점을 제외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은지점 규제시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커 섣불리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외은지점은) 국내은행과 달리 유사시 본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외화유동성 규제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외은지점은 뜨거운 감자"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설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는 지난 16일 한국국제금융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는 상당히 중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며 "순간적인 의협심에서 외화조달 창구인 외은 지점을 막게되면 이게 다 나중에 부메랑이 되서 돌아온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은지점을 규제할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다행스럽다"고 했다. 규제가 시행되면 외화는 물론 채권금리 상승으로 원화유동성마저 안좋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역시 규제가 실행되더라도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 2007년 외은지점의 차입한도를 줄였을 때도 규제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국이 외은지점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최근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빠른 유출로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을 나타냈다. 직접 칼을 댈 순 없어도, 적절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외은지점은 안정적인 달러공급기능을 수행하지만, 한편으로는 들여오는 자금이 단기성이라 정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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