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서울과 강릉 등을 오가는 ‘KTX-이음’(EMU-260) 열차가 설계 결함으로 객실 내부에 물이 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은 오는 8월 말까지 해당 부분을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문제 발생 1년 만의 일이다.
| KTX-이음 차량의 누수 시험 모습. (사진=현대로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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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데일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강릉차량사업소는 작년 6월 KTX-이음 506편성의 객실 통로 상부 누수 현상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10일(503편성)과 11일(513편성)에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최고 영업속도 260㎞/h인 KTX-이음은 현대로템이 개발한 대한민국의 첫 독자 제작 상업용 준고속철도차량(전기 동력분산식 열차)이다. 해당 열차는 지난 2021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현재 강릉선과 중앙선·중부내륙선을 운행 중이다.
이 같은 누수 현상에 대해 코레일이 현대로템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열차 설계·제작 단계부터 결함이 있는 걸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KTX-이음 1편성(6량) 중 1호차와 6호차 ‘상부 공기조화장치 부품(HVAC) 좌·우측 신선공기 흡입구(열차 내 공기 순환과 냉난방을 위해 외부 공기를 흡입하는 부품)’ 중 좌측 흡입구에 ‘방수판’(방수 플레이트)이 빠져 HVAC 내에 빗물이 들어와 고이고 객실 통로로 스며든 것으로 확인됐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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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AC를 납품한 업체는 독일 크노르브렘제(Knorr-Bremse)의 자회사 메락(MERAK)사다. 확인 결과 해당 업체가 납품 때부터 방수판 자체를 빠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누수시험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열차를 공장에서 납품하기 전에 사방에서 물을 뿌리는 누수검사를 진행한다”며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고 통상 공조장치를 납품받을 때 내부 방수판 설치 여부까지는 확인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6월부터 19편성 38개 열차의 HVAC 좌측 신선공기 흡입구 방수판 설치 작업을 착수했다. 지금까지 14편성에 막음판 설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5편성은 내달 말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KTX-이음의 후속 모델로 제작 중인 EMU-320의 경우에도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코레일은 인수 전 하자를 개선할 예정이다.
앞서 KTX-이음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승차감 저하 문제가 지적돼 공기스프링과 안정성 증대 시스템(요 댐퍼) 등 일부 부품을 교체하고 바퀴를 가는 작업(삭정)을 하고 있다.
유경준 의원은 “열차 부품을 빠트리는 결함으로 비가 새는 KTX가 만들어졌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열차 제작과정에서 세심한 노력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