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독립·전문적 의사결정 한계…구조 개편 나서야"

[인터뷰]이종영 전기위원회 위원장
법적으론 전기위가 심의 역할 하지만,
실제론 기재부-산업부 협의로 정해져
'미완의 개편' 되돌릴지 추진할지 결정해야
  • 등록 2023-01-16 오전 7:18:52

    수정 2023-01-16 오전 7:18:52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법적으론 전기위원회가 독립·전문적으로 전기요금을 심의하게 돼 있지만 현실에선 (정부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위원회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종영 전기위원회 위원장(사진·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획재정부는 물가에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산업에 관심을 두는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올 초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당 13.1원, 약 9.5% 올렸다. 한국전력공사(015760)는 지난해 발전(전력생산)원가 급등을 반영해 51.6원/㎾h의 인상안을 제출했고 산업부가 기재부와의 협의와 전기위 심의를 거쳐 13.1원 인상안을 인가했다.

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토대로 전력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물가 영향을 검토·심의했지만, 법적 절차를 떠나 최종 결정권자는 사실상 기재부였다. 이 결정으로 전력 소비자인 기업·가정은 당장 요금 부담을 덜었으나, 수십조원에 이르는 빚과 그 이자비용을 국가와 공공 부문이 떠안게 됐다.

20여년 전 시작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어정쩡하게 멈춰버린 결과라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위원회는 원래 1990년대 말 세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마무리된다는 전제로 전기요금을 비롯한 전력산업 전반을 독립·전문적으로 규제·심의할 예정이었으나 개편 작업이 멈춰서며 위상이 애매해졌다”며 “(위원회 역할을) 되돌릴지, 목표했던 대로 전문·독립성을 강화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발전·배전·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목표를 담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또 2003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전이 독점해 온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할하고 이들이 전력을 거래할 전력거래소와 이들의 거래를 규제할 전기위원회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2004년 민영화 반대 움직임 속 중단됐고 20년째 어중간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전기위는 발전이나 송·배전사업 인허가 등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같은 핵심 의사결정은 여전히 정부가 쥐고 있는 상태다.

이 위원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이 이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엔 전력산업을 사실상 국가가 운영한다는 인식이 컸으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빠른 증가와 맞물려 이제는 개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전기 판매시장 개방도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급증이 발전 부문의 민영화를 촉발하면서 공기업인 한전이 사실상 독점 중인 송·배전과 전력판매 부문에 대한 개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현재 국내 전력공급은 공기업이 약 70%를, 민간 사업자가 나머지 30%를 맡고 있는데, 민간 비중이 점차 커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재개를 공언했다. 경쟁시장 원칙의 전력시장 구축을 국정과제에 담고 산업부는 올 상반기 전문기관 용역 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를 추진키로 했다. 위원회의 독립·전문성 강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잘 진행되려면 신산업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에게 편익을 준다는 확신을 줘야 할 것”이라며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과 같이 그 필요성에 공감해가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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