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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큰 전환점을 맞은 해다. 당시 국내 첫 라이선스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이 소위 ‘대박’을 치면서 국내 뮤지컬 시장은 큰 전기를 맞았다. 이후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수입해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같은 흐름은 20여년간 이어졌다. 최근에는 창작 뮤지컬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잠시 시장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뮤지컬 시장이 급속도로 회복하면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는 지난해 뮤지컬 시장 규모가 사상 최초로 4000억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올해 전망도 희망적이다. 올 상반기에만 뮤지컬 티켓 판매맥은 2260억 2880만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1828억 5738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5000억원도 넘볼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공연제작사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라이브는 2013년부터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등으로 중국과 일본 진출을 추진해왔다. 2020년 선보인 뮤지컬 ‘마리 퀴리’를 통해 최근엔 유럽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폴란드 출신 노벨상 수상 과학자 마리 퀴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다. 갈라 콘서트, 공연 실황 상영회 등으로 현지 관객과 만났다. 페스티벌 최고 영예인 ‘황금물뿌리개상’까지 수상했다. 현재 폴란드에 라이선스를 수출해 초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현지 배우들이 참여하는 쇼케이스를 열고 현지 공연 가능성을 타진했다. 일본에도 라이선스가 수출돼 지난 3월 도쿄, 4월 오사카에서 일본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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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대표 공연제작사 네오는 중국, 홍콩, 일본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최근 ‘사의 찬미’, ‘베니싱’ 등이 중국과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었고 ‘더 라스트 맨’도 라이선스 수출을 협의 중이다. 일본과는 네오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전용 공연장 설립을 현지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이헌재 네오 대표는 “뒤늦게 해외 진출을 시작했지만 다른 동반자들과 함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컴퍼니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한 작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고전 명작 ‘위대한 개츠비’를 미국 현지에서 개발 중이다. 2020년 3월 작가 및 작곡가를 구성해서 기본적인 극작 단계를 거쳤다. 지난해부터 테이블 리딩 등 개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최신작 ‘베토벤’을 스몰 라이선스(원작의 대본과 음악만 수출하는 것) 형태로 일본 공연제작사 토호에 수출했다. 또 다른 작품 ‘엑스칼리버’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극단 다카라즈카 가극단에 라이선스로 수출됐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한국 뮤지컬을 라이선스로 선보이는 것은 ‘엑스칼리버’가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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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의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지자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K뮤지컬국제마켓’에서 K뮤지컬 비전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문화매력국가의 근간인 K컬처 중 뮤지컬은 국내 공연시장의 76%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K뮤지컬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10여 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비로소 물꼬를 텄다. 본격적인 성공을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 현지 관객을 겨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제작사는 영미권 등 현지 관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보다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의 주제와 양식을 기획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지원정책 또한 작품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 해외 제작사들과의 네트워킹 강화 등을 통해 ‘기획·제작·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보다 더 튼튼하고 안정적인 국내 창작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지금 한국의 창작뮤지컬 시장은 배우, 스태프들이 ‘겹치기’로 여러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제는 보다 합리적인 뮤지컬 제작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