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살길]④'은산분리' 재검토

낡은 규제에 발목 잡힌 '금융혁신'
시대착오적 은산분리 규제
k뱅크 자산 2조 규정 넘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행 소유 50% 허용해야
  • 등록 2016-10-18 오전 6:00:00

    수정 2016-10-18 오전 6: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애들은 이미 줄어들고 있었는데, 예비군 훈련을 면제받으려면 정관수술을 받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인터넷전문은행과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얘기할 때 자주 드는 비유다. 정부는 이미 2001년 국내 합계출산율이 저출산 기준점으로 평가되는 1.3명 이하로 내려가고 있었는데도 시대변화를 모르고 2000년대 초반까지 잘못된 산아제한정책을 한동안 지속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둔상황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을 4%로 제한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서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정상환경)이 된 시기가 됐다. 은행자금에 대한 기업 수요는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은행법에 금산분리 규정이 들어온 게 1984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4년도 경제성장률은 10.4%로 지난해 경제성장률 2.6%의 4배다. 윤창현 교수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후 은행돈을 사익을 위해 빼먹을 거라는 사금고화 가설이 더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은 내부에 돈이 넘치고 있다. 재벌닷컴 자료를 보면, 2016회계연도 개별 반기 보고서상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 6월 말 기준 550조원으로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금융IT학과)는 “대기업은 60·70년에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을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주식·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많다”며 “사금고화 우려는 거래제한(동일인 여신한도 등)을 통제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슈와 별개로 은행법의 은산분리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규제(4%)뿐만 아니라 산업자본 정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제적으로 국내처럼 비율규제에 더해 규모규제를 두고 있는 곳이 없을뿐더러 자산규모 2조원이라는 규제도 2002년에 만들어져 바뀐 경제규모에 맞지 않다”며 “2조원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바꿀 것인지 규모 기준을 없앨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은행법은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거나(규모규제) 계열회사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인 회사(비율규제)를 산업자본으로 정의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주 카카오나 K뱅크의 KT 기업은 모두 자산2조원 규정을 넘어 산업자본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일각에서는 은행법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적용되는 ‘특례법’으로 은산분리 문제를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행 소유를 50%를 허용하자는 현행 은행법 개정안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입법 기술적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줄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법형식 면에서 특례법으로 처리하면 은산분리를 건드렸다는 부담을 야당이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원입법으로 제출되면 함께 논의할 것이지만, 은행법 개정안으로 추진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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