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홍승희 연출(사진=블루스테이지) |
|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연출 인생을 통틀어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작품이지만 그만큼 애정도 깊어요.” 연출가 홍승희(46)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연출을 맡은 소감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성경 내용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이다. 군중의 절대적 추앙을 받는 하느님의 아들이자 열두 제자의 리더 예수 생애 마지막 7일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반세기 넘도록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다. 국내에서는 2004년 초연했고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새로운 시즌의 막을 올렸다.
2008년 뮤지컬 배우에서 연출가로 전향한 홍승희는 그간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레미제라블’ 등 여러 히트 뮤지컬의 국내 공연 연출을 담당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는 2022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뮤지컬 업계 베테랑인 그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가장 작업이 까다로운 작품으로 손꼽은 이유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데다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특성 때문이다. 홍승희는 “성경 공부는 물론이고 기독교 소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더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연출 과정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인간 내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연출 과정이 치유의 시간이 된 셈”이라고 웃었다.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장면(사진=블루스테이지) |
|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장면(사진=블루스테이지) |
|
작품은 원작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무대 연출을 현지화한 ‘논 레플리카’ 공연이다. 홍승희는 “‘빛’, ‘불안정함’, ‘비대칭’ 등을 연출 핵심으로 잡고 무너질듯한 성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무대를 구현하려고 했다”며 “고뇌하는 예수의 내면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인 만큼, 클래식 작법과 강렬한 록 사운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넘버들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그는 “음악이 지닌 힘이 남다른 작품”이라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강조했던 기존 국내 공연과 달리 클래식 사운드에 중점을 두고 오리지널 음악의 매력을 충실히 구현하는 데 힘을 실었다”고 밝혔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으로는 예수에게 39번의 채찍질이 가해지는 ‘성 빌라도의 재판’을 꼽았다. 홍승희는 “소품을 활용하는 대신 예수 앞에서 점프 동작을 하는 앙상블 배우들의 몸짓을 통해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구현한 점이 특징”이라며 “예수를 시대의 수퍼스타로 만든 것도,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인간’이라는 걸 추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장면. 지저스 역의 배우 박은태(사진=블루스테이지) |
|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장면. 지저스 역의 배우 마이클리(사진=블루스테이지) |
|
공연은 내년 1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지저스 역은 마이클리와 박은태가 번갈아 연기한다. 홍승희는 “지저스를 추앙하던 군중이 한순간에 마음을 바꿔 분노를 표하는 걸 보면 현 시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양심과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로 공연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올해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 홍승희는 요즘엔 내년 초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 개막 준비와 연출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활동을 병행 중이다. 그는 “가능한 많은 작품을 연출하며 상상을 현실화하고 싶다. 관객에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전달하는 연출가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 지향점이자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