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정상 영업이 재개됐지만 모바일과 온라인 뱅킹 사용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듯했다. FDIC 파견직원들은 몰려든 취재진에 “현재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직접 은행을 찾은 고객들은 “모바일 앱으로 출금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간이 갈수록 기다리는 고객들의 수는 늘어갔다. 불만 가득한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 직원들이 사전조사에 나섰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은 원하는 업무에 대한 물음에 “현금”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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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가슴졸여”…예금 찾은 뒤 밝아진 모습
예금을 찾은 고객들은 한층 편안한 얼굴로 은행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현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두툼한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있기도 했다.
25년간 SVB와 거래해왔다는 벤처투자가 밥(77)은 밝은 얼굴로 은행 문을 나섰다. 그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은 말로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지난 주말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지금은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안좋은 영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FDIC가 지난 주말 SVB 전고객의 예금을 보호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등 은행 시스템 안정에 적극 나서면서 현 사태를 비관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한 고객은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니므로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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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 SVB 인수자 물색 중…영국법인은 HSBC에 매각
SVB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난해 말 기준 8528명에 이르는 기존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에 미 정부가 새로운 인수자 물색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HSBC는 13일 SVB 영국법인을 상징적인 금액인 1파운드(미화 1.2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HSBC는 앞으로 20억파운드를 투입할 계획이다. 새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SVB 영국법인은 지급불능 상태로 개인 1인당 최대 8만5000파운드(미화 10만달러), 공동계좌의 경우 최대 17만파운드(20만달러)의 예금만 보장할 수 있다고 알려져 영국 바이오테크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문제는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내 지역은행들로 사태가 확산될 것인지 여부다. FDIC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미국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은 6200억달러에 달한다. 우려가 높아지면서 13일 오전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과 팩웨스트뱅코프(PACW) 등의 주식은 각각 65%와 52% 폭락한 뒤 거래가 중단됐다. 앞서 유럽 증시에서도 크레디트 스위스 주가가 9% 밀리는 등 급락했다.
한편 연준은 SVB의 갑작스런 파산 이후 해당 은행의 감독 및 규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마이클 바 부의장을 주축으로 한 연준 관계자들이 검토를 진행하고, 결과는 5월1일 공개된다. 연준은 미 규제당국이 이번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 부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겸손해야 하며, 우리가 이 회사를 어떻게 감독하고 규제했는지,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하고 철저한 검토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