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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장지상 원장은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이 19일 서울 KG타워 하모니홀에서 공동 개최한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 강연에서 이 같은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탈 세계화로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RVC와 유럽연합(EU) 중심의 유럽 RVC,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RVC 등 지역별 독자 공급망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는 제조업 엔지니어링에 강점이 있으니까 이걸 좀 더 디지털·스마트화해서 동아시아 RVC 내 첨단 제조업 엔지니어링 플랫폼으로서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 인도와 협력하자”고 제언했다.
“2008년부터 이미 탈 세계화…탈중국 속도 더 빨라질 것”
장 원장은 탈 세계화는 이미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부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부터 제조업 르네상스 부르짖기 시작했고 이게 트럼프 정부 출범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더 심화해 현재의 미-중 갈등 심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의약·보건·의료제품 같은 필수 품목도 아시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미국이 앞으론 본격적으로 탈세계화, 탈중국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우리가 이 과정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을 초청하는 등 우리 편으로 붙으라고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세계 최대 시장이자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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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동화가 쉬운 자동차·전자·기계 업종과 의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중심 업종 등을 주요 리쇼어링 대상으로 지목했다. 섬유나 의류 등 업종은 현실적으로 복귀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현지 시장에 진출하거나 인건비를 낮추려고 나간 기업을 되돌아오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가 국내에 스마트 공장을 짓는 기업에 돈을 대 준다면 일부는 복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 당장은 살려야 하지만…사업 재편 속도 낼 필요”
장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탈 세계화와 함께 산업구조 재편도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1~3차 산업에 걸쳐 정보통신(IT) 기술이 융합하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비대면 경제활동도 늘어나리란 것이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실기업이 등장할 것이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서두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개정안을 통과하고 개별 기업의 사업 재편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또 2월 초 제25차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에선 넥스트칩을 비롯한 9개사를 기활법 개정안에 따른 지원 대상으로 승인했다. 오는 24일에도 제26차 심의위를 열고 추가적인 기업 사업 재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장 원장은 “지난해 기활법 개정으로 자동차 부품 기업이 전자장비(전장) 쪽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하면 사업계획만 괜찮다면 복잡한 규정을 떠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심의 과정에 진도가 안 나가는 측면이 있는데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1956년 경북 칠곡 출생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1986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단장(2006~2008년) △한국산업조직학회장(2007~2008년) △제15대 한국경제발전학회장(2009~2010년) △경북대 경영대학원장(2011년~) △제21대 산업연구원장(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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