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점막 표면에 서식하는 2~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나선형 형태 세균이다. 주로 유소년기에 구강을 통해 감염된다. 편모를 가지고 있어 위 내에서 활동적으로 이동이 가능해 성인이 되어서도 활동성 감염으로 지속된다. 한국에서는 보균율이 약 51%로 보고되며 균을 박멸하는 제균 치료를 받지 않고서 저절로 소멸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40세 이상 성인 남녀가 내시경 검사를 받고 나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소견을 듣게 되는데 이는 헬리코박터균의 만성 감염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만성 위염의 일종인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의 유병률은 각각 40%, 12% 이상이며, 이는 위암의 전구 병변으로 위암 발생 위험도는 약 10배 증가하게 된다.
조준형 교수는 3년 8개월 동안 이뤄진 연구에서 내시경 검사 중 헬리코박터 감염이 진단된 환자 251명에게 고전적 제균 치료와 개별 맞춤 요법을 각각 시행했다. 124명의 고전적 제균 치료군에서는 기존의 경험적 1차 약제(아목시실린, 메트로니다졸 등)를 처방했다. 반면에 127명의 맞춤 요법군에서는 분자생물학적인 검사법 DPO-PCR 결과를 기반으로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 유무를 확인 후 제균 약제 처방을 선정했다. A2142G 또는 A2143G의 점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내성을 피할 수 있는 맞춤 제균 치료를 시행했다.
결과는 맞춤 요법의 치료 성공률이 89.0~92.7%로 고전적 치료군의 76.5%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2차 요법까지 시행한 경우에는 최종 성공률이 96.0%로 확인됐다. 약제 관련 부작용은 대부분 경증이고 비율은 16.8%. 이는 고전적 치료군의 25.6%에 비해 유의하게 적어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향상됐다. 조 연구팀은 내시경 검사와 병행해 헬리코박터 맞춤 제균 요법을 처방하는 경우 성공률은 높이고 치료 부작용은 감소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널리 적용된다면 전체적인 비용 대비 효과도 우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조 교수는 “DPO-PCR 분자 검사를 통해 항생제 내성 여부를 치료 전에 알면 불필요한 처방을 피하고 효율적인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실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는 경우에는 검사-치료(test-and-treat) 전략에 대한 우리나라 소화기 내과 의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는 통상적으로 위내시경 중에 조직검사를 통한 급속요소분해효소법으로 진단한다.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감염 여부도 간편하게 알 수 있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제균 요법으로 경험적 항생제를 처방받게 된다.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은 2가지 사항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환자에게 감염된 헬리코박터균이 처방된 항생제에 대해 이미 내성이 있다면 약 복용 후에도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처방된 항생제에 의한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미각 장애 등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복용 중단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치료 실패 뿐 아니라 이차적인 항생제 내성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조준형 교수는 2019년 아시아-태평양 소화기학 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한국인에서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을 유발하는 23S 리보솜 RNA의 점돌연변이에 따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의 비용-효과’, 2020년 소화기학 전문가 저널(Expert Review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최적화 진단과 위암 예방을 위한 맞춤 제균 치료: SHAKE 전략’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