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같은 상황에서 자녀 동의가 없더라도 주택연금이 자동으로 배우자에게 승계되는 ‘신탁 방식’의 주택연금이 최근 뜨고 있다. 신규 주택연금 신청건수의 44%가 이 상품일 정도로 인기다. 출시 두 달만의 성과다. A씨와 같이 ‘자식 눈치’를 보기 싫어하는 성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탁방식은 일부 전세가 있어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데다 가입시 세금도 적어 향후 더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탁방식이란 주택 소유권을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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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인 주택 보유자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노후에 필요한 생활자금(대출)을 매달 받는 상품이다. 기존에는 저당권 방식의 주택연금만 있었다. 주금공이 담보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소유권은 그대로 가입자에 두는 방식이다. 따라서 가입자가 사망해 배우자가 연금을 이어 받으려면 담보 주택의 소유권을 배우자 앞으로 전부 이전해야 했다. 이 과정에 자녀 동의가 필요했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남은 배우자는 주택연금을 받지 못했다. 나아가 연금 가입 자체가 해지돼 받았던 연금은 물론 이자와 보증 수수료까지 토해내야 했다. 민법상 배우자는 자녀와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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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공 관계자는 “주택 명의가 공사로 이전(소유권 이전)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을 제외하면 신탁방식의 다른 특별한 나쁜 점은 없다”고 말했다. 가령 그간 주택연금 대출 잔액을 상환하면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 또 주택 가격이 사망한 가입자가 수령한 연금액보다 높다면 차액을 유가족에 돌려주는 것도 기존 저당권 방식과 마찬가지다.
이밖에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가입하면 담보설정으로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를 절감할 수 있다. 기존 저당권 방식은 가입자 70세를 기준으로 9억원 주택이면 103만4000원을 내야 하지만, 신탁방식은 7000원이면 된다. 신탁방식은 가입자 사망에 따라 주택연금이 배우자에게 자동 승계된다. 따라서 기존 저당권 방식에서 배우자에게 승계할 때 내야 하는 상속등기에 따른 등기신청수수료 및 국민주택채권매입 비용 61만4000원(3억 주택 기준)도 필요 없다.
주금공은 향후 담보권 변경을 반영하기 위한 전산개발만 완료되면 기존 저당권 방식의 가입자도 신탁방식으로 전환토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신규 가입자만 신탁방식에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