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생각없다→논의 중”…HMM 매각, 관계부처 입장도 ‘갈팡질팡’

[위클리M&A]
강도형 해수부 장관 “재매각 시기 논의중”
잔여 영구채 주식전환시 매각가 8조 육박
해운업황 휘청…대기업 인수도 감감무소식
  • 등록 2024-03-16 오전 8:30:00

    수정 2024-03-16 오전 8:30:00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011200)의 재매각 과정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앞서 하림그룹으로의 매각 과정에서 영구채 처리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해양수산부는 HMM 재매각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일주일 만에 ‘시기나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데다, 대기업의 참전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어 적격 인수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팔 수도, 안 팔 수도…해수부의 ‘고뇌’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일과 14일 각각 열린 간담회에서 HMM 재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7일 열린 민생토론회 브리핑에서 “현재 HMM에 대한 재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14일 기자간담회에선 “‘HMM 재매각 계획이 현재는 없다’는 자신의 발언은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강 장관은 “지난번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 때 현재 HMM 매각 계획이 없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보도됐다”며 “적절한 시기가 오면 재매각 방법이나 시기 등을 충분히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부서 및 관계부처와 재매각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만의 입장 선회에 대해 업계에선 ‘그럴만 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연내 매각을 목표로 HMM 매각 의지가 강했던 정부였지만, 막상 본입찰에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무리한 요구에 나서며 최종 협상을 결렬시킨 전적이 있어서다. 해수부와 해양진흥공사는 하림 측의 영구채 전환 유예 요청을 거절하고, 오히려 하림 인수 후에도 해수부와 해진공 차원의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국가 재정이 대거 투입된 만큼, 팔아야 하지만 깐깐하게 따져야 하는 정부의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내년 4월엔 정부 지분 71.7%까지 늘어

문제는 HMM의 재매각 추진 시 매각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 중인 1조6800억원 규모 잔여 영구채를 2025년 4월까지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인데, 이 경우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현재 57.9%에서 71.7%로 늘어난다. 이날 종가(1만5960원) 기준 7조8849억원 어치다. 하림 컨소시엄이 써냈던 인수가(6조4000억원)보다 23.20%가량 높다. 그만큼 인수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의 변동성이 높아진 점도 변수다.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소속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내년부터 덴마크 머스크와 새 해운동맹 ‘제미니’를 꾸린다. 하파그로이드는 디얼라이언스 총 선복량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5위 해운사다. 하파그로이트가 빠지면 디얼라이언스에는 일본 ONE(6위)과 한국 HMM(8위), 대만 양밍(9위)만 남고, 선복량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현재 18.5%에서 11.5%로 줄어든다. 소속 동맹 끼리 선박·컨테이너·터미널을 공유하고 공동 운항하는 업계 특성상 하파그로이드의 동맹 탈퇴가 HMM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 마땅한 인수 후보군도 없다.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일부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곳은 전무하다. 종전 본입찰에서 6조2000억원의 매각가를 써내며 하림과 경쟁한 동원그룹은 최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전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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