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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진행한 기업은 LG유플러스(AA0)와 대한항공(A-) 2곳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일 1000억원 모집에서 총 6800억원의 자금을 모았고, 대한항공도 지난 2일 1500억원 규모 모집에 총 4750억원을 모았다. 채권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연말 기관들의 북클로징까지 겹치며 회사채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공모채 발행에 나선 기업이 극히 줄어든 덕분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이번달에 발행하는 물량들은 시장에 발행 자체가 극히 줄어든 상황이라 남은 수요가 몰려서 비교적 흥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말까지 회사채 시장은 계속해서 한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진행 일정이 잡힌 곳은 삼양홀딩스(AA-)뿐이다. 삼양홀딩스는 오는 22일 2년물 400억원, 3년물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직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았으나 연내에 발행 예정일을 잡아둔 곳은 500억원 규모로 조달에 나서는 롯데오토리스(AA-/A+ 스플릿)와 2000억원 발행 목표를 잡고 있는 CJ CGV(A-) 정도다. 이들 기업 외에 연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SK 정도로,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릴 기업 수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조도형 신한자산운용 크레딧 리서치 팀장은 “올해 발행시장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발행사도 불안한 상황이 많은 만큼 내년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라며 “연초에 금리 상단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기관 자금 집행이 재개되면 우량물 중심으로 짧은 연초효과를 누리기 위한 발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올해 계획을 마무리한 기관투자자들도 사실상 지갑을 닫았다. 연초 이후 시장 동향을 지켜본 뒤 다시 채권 매입 자금을 풀 계획이라는 평가다.
한 기관투자자 자금운용팀 관계자는 “연말로 들어서면서 크레딧물 담는 건 거의 안 하다시피 하고 있다. A급은 아예 보고 있지 않고, 공사채나 은행채 위주로 담다가 사실상 자금 집행은 마무리 수순”이라며 “연초에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서 슬슬 (매입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리 인상 종료를 넘어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잔존한 점도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경제지표이 발표될때마다 금리정책에 대한 전망이 확 바뀌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시그널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자 기관투자자들이 예년보다 더 빨리 올해 투자를 마무리하고 내년 준비에 나선 것이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긴축 부담이 완화되면서 시장이 인하 시점을 탐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다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해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큰 폭 하회하면서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 부담과 영국이나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 압력까지 반영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다시 빠르게 상승했다. 올해도 지금의 하락폭을 되돌릴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