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발적 문구는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챗GPT(ChatGPT)의 등장을 두고 지난해 12월3일 올린 기사 제목이다. “너(챗GPT)가 구글을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구글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화형 검색 경험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세계 이목을 끌었다.
요즘 챗GPT가 화젯거리다. 미국의 오픈AI사가 두 달 전 출시한 이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은 기계적 대답을 해온 기존 챗봇보다 ‘진짜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해 ‘초거대 AI’라고도 불린다. 단순한 일상 대화뿐 아니라, 시(詩)·소설과 같은 작문은 물론 논문도 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게이츠는 “챗GPT 같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평했고,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AI가 쓴 사피엔스 출간 10년 기념 서문을 보고선 “AI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는 끝났다’라는 신호”라며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AI시대 번역가는 살아남을까
AI기술 혁명이 챗GPT의 등장으로 산업을 넘어 사회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출판업계에선 ‘AI번역 논쟁’이 오갔다.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일본인이 AI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국내 문학번역상을 수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이는 기계와 인간 간의 협업 가능 범위를 비롯해 AI의 시대의 법(제도)과 윤리적 문제 고민, 번역가의 생존 여부와 같은 질문들을 수면 위에 올려놓았다.
번역원은 이번 사례를 “AI 번역의 가능성과 수용 범위 등에 대한 공적 논의의 계기로 삼겠다”면서도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신인상 취지에 맞게 ‘AI 등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력의 번역’으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번역상의 기준 변경이 무의미하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기계와의 협업은 전 영역에 걸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번역과정에서 AI 활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고, 기계 번역 후 사람이 최종 편집하는 방식은 ‘이미 정해진 미래’와도 같아 기계 번역과 ‘순수’ 사람의 번역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증명 여부의 공방보다는 인간 사회를 위해 AI가 주는 효용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5, 6년간 학계에서 기계 번역에 대한 수용범위도 늘었다.
최근 ‘번역가의 길’을 출간한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문학적 번역은 AI가 인간의 미묘한 감정, 함축적인 의미, 뉘앙스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순 없지만 번역가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는다.
저작권을 비롯한 윤리 문제 등 범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문화예술분야의 저작권을 기획, 관리하는 출판업계로선 AI를 포함한 신기술의 진화에 따라 도덕률부터 구체적인 법 제도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요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 평론가는 “AI로 하여금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게 한 최초의 의도도 사람이었고, 그것을 창작으로 간주할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것도 인간의 합의다. 지금 당장 어떤 법이나 규제가 필요하다고 적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다만 방어적인 대응보다는 선제적이고도 수용적인 대응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기술 다룬 책 3권
기술 발전이 부른 AI 혁명은 기대와 우려를 교차하게 만든다. 교육 현장의 과제 대필부터 불평등 심화까지 곳곳에서 부상하는 윤리적 화두가 기술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AI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들여다볼 책들도 때마침 여럿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