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2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설까지 전세계에 금융위기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졌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급하게 불 끄기에 나섰지만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불안감도 높다. CS의 신종자본증권(AT1) 전액 상각 소식에 AT1 발행 규모가 많은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도 위기설에 휩싸였다.
김희준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HMG(하이퍼마케팅그룹) 세미나에서 위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잘못된 투자가 이뤄졌었고 실적과 밸류가 없는 것에 유행처럼 투자를 많이 했었다”며 “이런 것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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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파트너는 “작년 6월18일을 기점으로 금융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며 “인수 후 연간 수익률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목표치가 원래 8~9%였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15%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작년 6월18일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날이다. 한국은 이보다 앞선 2021년 8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섰다.
김 파트너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경기가 좋다고 한 적은 없지만 실제로 엄청난 호황기에 살고 있었다”며 “그러다 작년 6월18일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고 9~10월부터는 실제로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6개월 만에 굴지의 은행들이 파산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금융이 철저히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 조달과 구조화 상품 등이 모두 약속인 셈인데 돈을 갚지 못해 이런 약속이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하면 위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강원도가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 이행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신뢰가 깨진 탓이 컸다.
김 파트너는 “큰 곳들은 어떻게든 긴축해서 1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같은 상황이 2년, 3년 이어질 경우 누구까지 버틸 수 있을까가 관건”이라며 “못 버텨서 쓰러진 곳에 돈을 빌려준 곳들이 연쇄적으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위기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고 글로벌 경기도 위축된 상황이지만, 김 파트너는 오랜 기간 인수 자문과 성장전략 수립 컨설팅을 해온 경험을 토대로 눈여겨볼 만한 업종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돈맥경화를 겪었을 때에도 미·중 분쟁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테마가 교집합된 업종에서는 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2차전지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은 매출에 있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당장은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러날 때까지는 미국 국민 정서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조선업종의 경우 전 세계에서 싼 배는 중국이, 비싸고 좋은 배는 한국과 일본이 만들어왔는데 미·중 분쟁으로 서방진영이 중국산 배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인한 규제 이슈도 한국 조선업종에는 유리한 환경으로 꼽았다.
김 파트너는 “환경 규제로 인해 한국 조선사들의 주력인 LNG선의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암모니아 운반선이나 수소 운반선과 같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신규 선종도 한국이 제일 잘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과 자동차의 경우에도 기후변화 이슈와 맞물려 선진국 기업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한국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김태환 브링코 대표가 미국 교민을 대상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 사업계획을 소개했고, 김세훈 BCC글로벌 대표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BCC의 사업모델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