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은 무산됐는데…‘부채 6조’ SK해운 매각작업 순항할까

[위클리M&A]
최대주주 한앤코, 6년만에 엑시트 추진
부채비율 485%…차입금 의존도 ‘제자리’
탱커사업부 등 분할 매각 가능성도
  • 등록 2024-02-24 오전 8:30:00

    수정 2024-02-24 오전 8:30:00

SK해운의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 (사진=SK해운)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6년 전 사모펀드(PEF) 품에 안긴 SK해운의 매각 작업이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탱커선(유조선) 사업부 분할 매각 등 여러 방안을 두고 SK해운의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6조원에 달하는 부채와 400%를 넘긴 부채비율 등 재무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해운 업황 마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부채를 포함한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매각 가격은 100억달러(약 13조원) 수준으로, 현재 금융자문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상반기엔 탱커선사업부의 분할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1982년 유공해운으로 설립된 SK해운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와 화물 등을 해상 운송하는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2017년 4월 SK마리타임의 해운사업을 물적분할해 SK해운으로 설립됐고, 이듬해 한앤컴퍼니가 SK그룹으로부터 지분 79%를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2022년말 기준 한앤컴퍼니의 SK해운 지분율은 71.43%다. SK그룹 지주사인 SK(034730)가 지분 16.35%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허지은 기자)
실적 개선됐지만…재무 부담 여전

사모펀드 체제 하에서 SK해운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한앤컴퍼니 인수 직전인 2018년 733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1643억원, 2020년 2178억원, 2021년 2079억원, 2022년 3723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상반기 기준 21.4%를 기록했다. 경기 흐름에 민감하고, 고정비용이 많은 해운업 특성상 영업이익률 20%를 넘기는 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실적 개선에도 SK해운의 재무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해운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5조5628억원으로 2019년말(3조7674억원) 대비 45.94% 급증했다. 부채비율 역시 작년 상반기 기준 485%에 달한다. 2021년(704.3%)과 비교하면 부채비율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자산보다 부채가 4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통상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으면 차입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는데, SK해운 차입금 의존도는 2019년 77.2%, 2020년 79.7%, 2021년 79.6%, 2022년 78.3%, 작년 상반기 77.6%로 70%대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선대 투자가 이어지면서 순차입금이 계속해서 늘어난 탓이다.

한국신용평가는 “SK해운은 순차입금을 EBITDA(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으로 나눈 배율도 8.3배로 재무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다. 카타르 에너지 LNGC 5척 등 총 12척의 발주잔고 등을 감안한 향후 3개년 투자부담은 3조원 내외로, 높은 수준의 투자 부담으로 인한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해운업 M&A 매물 줄줄이 대기

해운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SK해운의 매력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특수로 급등했던 글로벌 해상운임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력 악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해운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SK해운 외에도 현대LNG해운, 에이치라운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중형급 해운사들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상태다. 하림그룹이 인수를 추진했던 HMM(011200) 역시 결국 최종 무산되면서 중형급 해운사 매각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신평은 “SK해운은 우량화주와의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사업안정성이 양호한 편이다. 향후 영업현금 창출과 투자긴축을 통한 재무부담 완화 여부가 신용도 상향을 위한 핵심 모니터링 대상”이라며 “최대주주 한앤코의 배당 또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 등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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