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필요한 의약품을 자력으로 개발·생산할 수 있는 ‘제약 주권’을 소환하고 있다. 대안 없이 상대 선의에 기댈시 직면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횡포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두고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자국 우선주의 흐름 속에 ‘백신·치료제 무기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약산업 세계 1위 미국은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40여개국이 자금 지원을 약속한 온라인 국제회의에 불참했다. “백신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공공재여야 한다”는 빌 게이츠 언급은 역설적으로 ‘백신 확보 전쟁’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은 “백신이나 치료제는 해외에서 먼저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 백신 자급률은 50%에 그치고 원료까지 국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을 기준으로 하면 39%로 떨어진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도 26.4% 불과하다. 국가필수의약품 중 14.3%는 수입하고 있다.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대학원 학과장은 “의약품 공급이 제한된 위기 상황에서는 어느 나라도 의약품 공급에서 자기 나라를 우선시하고 다른 나라는 후순위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생산해야 할 필수 백신과 의약품을 선별하고 생산역량을 어느 선까지 구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