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을 맞은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소탈하고 실용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취임 이후 비서실을 폐지하며 ‘낡은(old)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던 그가 실용주의를 앞세워 조직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고객과 현장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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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이 격식이나 형식을 따지기보다는 소탈하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A 임원은 임원 회의 때 행장이 앉는 자리에 주목했다. 최고경영자(CEO)는 통상 회의 때 직사각형의 짧은 변에 앉는 경우가 많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공간의 미래’를 보면 ‘직사각형 공간에서 권력은 희소한 좁은 변에 위치한다’라고 돼있다.
A임원은 “이 행장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기보다 임원 중의 한 명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통상 직사각형 공간의 짧은 변에 앉았던 전임 행장들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하면서 본부 은행장 직속 부서로 있던 비서실을 인사부 소속 비서팀으로 대폭 축소했다. 또 다른 우리은행 임원 B씨는 “이전에는 본부장급의 비서실장을 두고 비서실장에게 별도의 사무실도 제공했다”며 “이 행장은 부부장에게 비서팀장을 맡기고 개별 사무실도 폐지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업부보고를 받을 때도 형식을 갖춰 완벽하게 받기보다는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토론과 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의 이같은 행보는 취임 당시 일각에서 제기됐던 우리은행이 ‘낡은 리더십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은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생물학적(biological) 나이와 문화적·철학적(philosophical) 나이는 구분돼야 한다”면서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 행장은 특히 고객 중심의 현장 경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달 취임 이후 그는 매주 영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취임 이후 현재 11곳의 영업그룹 및 지점을 방문했다. 영업현장뿐만 아니라 포항공대를 비롯한 주요 거래처도 만나면서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우리은행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C임원은 “(이 행장은) 다른 무엇보다 고객과 직원을 가장 많이 만난 행장으로 기억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