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이 가상상황은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CEO 연임에 반대하면서 든 예시다. 맞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CEO가 장기집권을 하면 고인물이 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CEO에게 줄을 대기 위한 전술이 난무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 중엔 실력이 있어도 승승장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여기에는 따져봐야 할 점들이 분명 있다. 두 가지만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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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장이 10년 동안 한 명의 대표에게 찍혀 고통스런 회사 생활을 보냈다고 치자. 그런데 소규모 기업도 아닌, 직원 수가 3000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한 명의 개인이 대표에게 찍혀 장기간 힘든 직장 생활을 한다면, 과연 그 회사는 인사시스템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연말 인사시즌이 다시 왔다. 매년 돌아오는 연말 인사시즌은 모든 임직원에겐 부담이다. 특히 대표체제의 변화는 더욱 그렇다. 한 회사의 대표가 바뀌면 후임 인사가 있을 테고 동시에 경영방침이나 구체적 사업계획까지 모두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보니 상당수의 기업에선 벌써부터 ‘CE0 유임이냐 교체냐’를 놓고 설왕설래, 뒤숭숭한 분위기다.
CEO의 임기와 관련해선 단기·장기 모두 장단점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장수 CEO는 고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임기가 짧은 CEO는 실적에 급급해 장기 플랜을 짜지 못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202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S&P 기업의 CE0 평균 재임기간은 7년이다. 반면 우리나라 30대 그룹 상장사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2~3년 수준에 그치고 있다. CEO스코어가 2020년 1월 퇴사한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을 분석한 결과에선 2.6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짐 콜린스는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위대한 기업의 조건으로 4단계를 제시했다. ‘훈련된 사람들이(1단계) 훈련된 사고를 통해(3단계) 훈련된 행동(3단계)을 함으로써 위대함을 만들고 기업을 지속시킨다(4단계)’는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도 이제 CEO가 단기 실적이나 외형적 성장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인사·경영 등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 동시에 훈련된 CEO가 장기적 시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