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이 19일 서울 KG타워 하모니홀에서 공동 개최한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소장은 수소경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현 탄소경제의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수소경제라는 유일한 대안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탄·석유 빠른 소비로 탄소경제 사회 한계 부딪혀”
한 소장은 현 상황을 석탄·석유로 대표되는 탄소경제 사회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탄소경제 사회는 석탄·석유 등 탄소 기반 연료를 활용한 에너지 사이클이다. 태양에너지가 동식물을 키우고 동식물이 죽은 후 수백만 년에 걸쳐 고열·고압으로 탄화해 석탄·석유가 만들어진다. 인류는 또 이 석탄·석유를 열 에너지로 바꿔서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태양에너지와 만나 동·식물을 키워내는 지속 가능한 순환 체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인류가 석탄·석유를 순식간에 써버리다 보니 에너지 순환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게 한 소장의 진단이다. 에너지 순환 체계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산화탄소가 쌓여 온실효과를 만들고 전체 지구의 평균 온도를 높여 현 기후변화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석탄·석유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한 소장은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를 부정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현재는 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 상황을 믿고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자원고갈이 언제 닥친다고 명확히 예상할 순 없지만 반드시 벌어질 일인 만큼 우리로선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은 에너지원이 무한하고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그 비중을 늘리면 현 탄소경제 사회의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다. 독일은 이미 전체 발전량의 40%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3년 전 2016년 4.7%이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활용 만으론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 간헐성이란 치명적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는 매개가 필요하다.
|
한 소장은 “현 탄소경제 사회에선 석탄·석유가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개인데 수소경제 사회에선 수소가 석탄·석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현 탄소경제 사이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소경제 사이클을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라고 말했다.
“전체 에너지 시스템 바꾸는 장기 계획…꼭 이뤄나갈 것”
그는 “원소 중 가장 작고 가볍다 보니 금속 통에 가둬두면 금속 원자 배열의 틈으로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운반에도 한층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천연가스는 영하 150℃로 액화한 액화천연가스(LNG) 상태로 운반하는데 수소는 액화하려면 영하 250℃는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기술은 개발했지만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암모니아나 톨루엔 같은 유가화합물 상태로 운반하고 필요할 때 수소를 추출한다거나 금속 틈새에 저장하는 등 방법도 연구 중이다.
그린수소 생산 가격을 낮추는 것도 남은 과제다. 현재는 화력발전·화학공장에서 나오는 부생·개질수소를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선 이산화탄소가 발생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부르는 데 한계가 있다. 현 과도기적 단계를 지나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이용한 수전해 수소, 이른바 그린수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높은 생산비용 때문에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 소장은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은 태양광 발전 같은 단위기술을 개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엄청난 일”이라며 “장기간에 걸쳐 이를 이뤄나가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한종희 소장은…
△1966년생 △연세대 화학공학 학사 △서울대 화학공학 석사 △미국 신시내티대 화학공학 박사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