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웃도어 업계가 올 가을·겨울 내놓을 다운제품 가격책정에 애를 먹고 있다. 필수 원자재인 오리털과 거위털 가격이 크게 올라 인상이 불가피한 반면 업체 간 과당경쟁이 지속되고 있어 인상분을 제품 값에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보기에 한창이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이 최종 인상가를 놓고 고심 중인 만큼 업체 간 막판 눈치 보기가 최종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브랜드들은 늦어도 8월 중순까지 패딩 출고가를 확정해야 깃털과 솜털 원가 인상분을 올 가을·겨울(F/W) 신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
다운재킷의 주요 소재인 오리, 거위의 가슴 부위 털의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반면 소재 공급은 정체 상태여서 생산 원가가 30%가량 뛰어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오리 가슴털인 덕 다운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최대 생산지인 중국에서의 공급량이 크게 줄어 품귀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거위 가슴털인 구스 다운도 마찬가지. 유럽 미국 등의 수요가 늘면서 원가가 계속 올랐다. ㎏당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비싸졌다.
업체들은 이번 패딩 가격 인상률을 평균 5~10%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여러 차례 전체 회의를 거쳐 가격상승폭을 5% 이내로 묶기로 했고 K2, 아이더, 밀레, 네파 등은 최대 10% 정도 가격 인상을 놓고 막판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다운 원자재 물량을 미리 확보해 가격 변동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라며 “아직 가격 인상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고려해 마진율을 줄이고 물량을 늘리는 등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중고생 사이에서 등골블레이커라 불리며 고가 논란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가격을 인상하다니 말이 되느냐”며 “고급화 명목 등 이런 이유를 틈타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리·거위털 다운점퍼는 아웃도어 업체 내 효자 상품으로 매년 겨울 시즌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사진 왼쪽부터), 캘빈클라인 진 다운점퍼, 네파 다운재킷, 푸마 구스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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