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2017년 경미한 자동차 사고를 낸 A씨는 난감해졌다. 무면허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서 보험처리를 못하기 때문이다. 무면허는 음주운전과 뺑소니와 함께 교통사고 3대 범죄로 불리는 ‘중대범죄’ 중 하나다. 보험 가입이 없어 민사상 손해배상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무겁다. 이 때문에 A씨는 조카인 B씨를 끌어들여 운전자를 삼촌에서 조카로 바꿔치기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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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엔 국가대표 출신의 여자 프로농구 선수 C씨가 ‘운전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C씨는 친척의 소유 차량을 몰고 도로를 지나던 중 택시를 들이받았다. 사고차량의 보험 대상자가 아닌 C씨는 즉시 친척 D씨에게 전화했다. 그러자 D씨는 자신이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처럼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지만 결국 보험사 조사 과정에서 진술 불일치로 사실이 아니라는 게 들통이 났다.
자동차를 불법 개조해 운전교습을 하던 E씨. 교습 과정에서 수강생 F씨가 교통사고를 내자 보험사에 자신이 사고를 낸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불법 개조 차량으로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교습생도 법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자 바꿔치기는 보험사기의 전통적인 수법 중 하나다. 2000년대 초중반 보험사기 유형 중 1위를 차지한 해당 수법은 최근까지 보험사기 유형 상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021년 보험사기 유형 중 자동차보험(83.1%)이 1위를 차지했는데, 이중 운전자 바꿔치기(8.2%)는 고의충돌(39.9%), 음주·무면허사고(12.6%)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도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영장심사에서 “김호중을 위해 힘없는 사회 초년생 막내 매니저가 대신 처벌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씨는 음주운전 직후 소속사의 막내 매니저급 직원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막내 매니저는 김 씨의 요구를 끝내 거절했고, 이후 김씨의 매니저가 직접 나서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에 찾아가 허위 자수를 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