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회사문 닫는 게 목표"…'수소충전소 전도사' 유종수 하이넷 대표

[인터뷰]유종수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대표
가스공사·현대차 등 10개사 3월 합작 SPC 출범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 설립·운영 목표"
"2026년 생태계 작동…이전까진 정부지원 절실"
"10년 후 청산 목표…전문가 된 직원 몸값 뛸 것"
  • 등록 2019-08-12 오전 5:00:00

    수정 2019-08-13 오전 9:35:03

유종수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대표. 사진제공=하이넷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산부터 저장-수송-부문별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경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수소차를 국내외에 180만대 보급하고 전국 660개 수소 충전소 설립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세계 주요국은 수소사회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미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 중이거나 만들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에너지여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기존 화석연료는 물론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같은 난제에도 ‘왜 수소경제인가’인지 6인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대담=김정민 부장·정리 김형욱 기자] 10년 후엔 회사문을 닫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유종수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대표이사(59)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대뜸 ‘법인 청산’을 이야기했다.

정부가 수립한 수소경제 로드맵이 예정대로 추진돼 수소경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주유소나 가스충전소를 운영하던 사업자가 앞다퉈 수소충전소 사업에 뛰어들 것인 만큼 하이넷이 존재할 이유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이넷은 수소충전소를 짓기 위해 관련 공기업과 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존재 가치가 사라져 문을 닫는 그날까지 수소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 그게 유 대표와 하이넷 임직원들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2022년까지 충전소 100개 설립…대중에 안전 인식 심어주는 게 급선무”

한국가스공사(036460)현대자동차(005380),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수소충전 관련 10개사가 출자해 만든 회사가 하이넷이다. 지난 3월11일 공식 출범했다. 10개사가 총 135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에서 28년 동안 근무한 유 대표는 올해 2월 하이넷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소차가 거리를 달리고 수소연료로 전기를 공급하는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선 수소연료 충전 인프라가 필수다.

정부는 올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지난해 1800대 규모(국내 900대)이던 수소전기차 보급대수를 2030년까지 180만대(국내 85만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6월 현재 19개인 수소충전소도 2030년까지 660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하이넷은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를 설립한다는 목표다. 정부 보급계획의 3분의 1이다. 올해와 내년 각 20개, 2021~2022년엔 각 30개를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여의도 국회 앞에 들어서는 수소충전소도 하이넷에서 구축해 운영한다.

유 대표는 “수소차를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충전소 없인 차도 안 팔리는 만큼 두 개가 맞물려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150개소를 지을 계획이다. 한 곳당 30억원 가량 소요되는 설립 비용 중 절반은 환경부가 대고 절반은 민간이 부담하는 방식이다.수소충전소 설립은 부처별로 예산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하이넷은 환경부 사업에 주로 참여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올해 4월 한국자동차환경협회를 통해 11개 수소충전소 지원사업자를 공모한 결과 10곳을 하이넷이 맡았다. 민간이 수소충전소 설립 주체로 나서는 건 하이넷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울산시 같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뒤 자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설립한뒤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각종 규제와 수소를 위험한 물질로, 수소충전소를 위험시설로 여기는 일반의 인식이다.

서울 강서구는 올 5월 산업통상자원부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지역 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 대표는 “정부가 올 초 규제 샌드박스(특례제도)를 통해 서울 시내 수소충전소 설립을 최대 4년간 허용했고 이 기간중 관련 규제가 완전히 풀릴 것으로 본다”며 “가장 큰 문제는 국민 인식”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풀리더라도 막상 도심지에 수소충전소를 짓겠다고 하면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란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그는 “프랑스에선 파리 에펠탑 인근에 셀프 수소충전소가 있다”며 “우리는 유럽보다 훨씬 엄격한 안전관리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일반의 인식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부 및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수소충전소 보급 로드맵. 하이넷 제공
“2026년부턴 자생력 갖출 것…‘데스 밸리’ 넘을 때까진 정부 지원 절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운영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하이넷 역시 수소충전소를 계획대로 늘려 나간다면 2025년까지 누적적자가 285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유 대표의 계산이다.

유 대표는 “최대 충전량인 시간당 25㎏ 규모 수소충전소가 수소 1㎏을 6000원에 사서 9000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하루 최대 50대를 충전해야 연 최대 2억5000만원의 마진이 생긴다”며 “이걸로는 인건비와 전기료, 자격증 등 운영비를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도 수소전기차 보급 초기인 지금은 모든 충전소가 50대를 채우기도 어렵다”며 “수소 1㎏를 6000원에 들여와 9000원에 파는 것도 이상적인 계산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지원을 해줘야 수소충전소가 스스로 수익구조를 구축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업자가 적자를 못 이기고 수소충전소를 폐업해버리면 정부 계획도 틀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가 ‘데스 벨리(Death Valley)’를 넘어 수익을 내는 시점까지 설립비뿐 아니라 운영비도 보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정부에 일본처럼 수소충전소 운영비의 절반가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비로 민간 사업자의 운영적자를 보조하는 전례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아직 난색이다.

그는 “경상경비 지원이 어렵다면 소비자나 사업자에게 수소연료비를 일부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수소충전소 운영과 관련한 모든 회계서류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수소충전소 사업자가 자생력을 갖추는 시점을 2026년으로 예상했다. 충전소당 시간당 25㎏로 제한된 충전가능 용량도 50㎏까지로 확충하는 걸 전제로 한 전망이다. 충전가능 용량을 확충하려면 설립·증설 지원비용도 늘려야 한다.

또 7000만원 수준인 수소차 가격(정부·지자체 보조금 포함하면 3000만원)을 일반 차량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수소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3만t이던 수소공급량을 2030년까지 194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공급 가격도 2022년 1㎏에 6000원 선에서 안정화하고 2030년엔 4000원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유 대표는 “이 같은 조건이 모두 맞물려 돌아가면 수소경제 사회를 위한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지나도 하이넷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부 수소경제 로드맵이 제대로 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수소경제 로드맵이 성공하려면 독일, 일본 같은 수소경제 선진국들처럼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종수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대표이사는

△1960년생 △서라벌고 졸업(1979)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졸업(1984) △육군 대위 전역(1989) △가스공사 공채 12기 입사(1990) △가스공사 도입기획팀장(2010~2013) △전략기획처장(~2015) △해외사업처장(~2016) △지원본부장(~2017) △도입영업본부장(~2018)

유종수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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