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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지중해 빈혈’은 헤모글로빈 생성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자 질환이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안에서 직접 산소와 결합해 산소를 나른다. 정상 헤모글로빈는 두 개의 알파 체인(알파글로빈)과 두 개의 베타체인(베타글로빈)으로 구성된다. 유전자 이상으로 알파체인에 문제가 생기면 ‘알파 지중해 빈혈’, 베타체인이 비정상이면 베타 지중해 빈혈이라 불린다. 베타 지중해 빈혈이 알파 지중해 빈혈보다 더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중해 빈혈 환자는 세계적으로 8000~9000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알파 지중해 빈혈이나 한쪽 부모에게서 이상 베타 체인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상염색체 열성 유전돼 양쪽 부모에게서 비정상 베타체인을 물려받게 되면, 생후 4~6개월 사이 심각한 빈혈을 앓게 된다, 성장하면서 피부가 노랗게 변할 수 있으며(신행아 황달), 성적인 발달도 느리다. 과거에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 적혈구 생산에 도움을 주는 엽산제를 먹지만, 심각한 경우 수혈밖에 방법이 없었다.
당시 레블로질은 베타 지중해 빈혈의 퍼스트인클래스 약물로 이름을 올렸다. 그 성분인 루스파터셉트는 재조합 융합 단백질로 ‘변형 성장인자 베타’(TGF-β) 리간드와 결합해 적혈구 성숙에 필수적인 ‘스매드’(SMAD)를 비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엘진은 레블로질이 최대 20억 달러(2조 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블로질 출시 당시 75㎎ 바이알당 도매가격이 1만323달러(한화 약 1200만원) 수준이었다.
2019년 말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가 세엘진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면서, 레블로질을 품에 넣게 됐다. BMS와 액셀러론파마 등 양사는 2020년 FDA로부터 저위험~중등증 골수이형성 증후군 환자의 빈혈치료제로 레블로질의 적응증을 확대승인 받기도 했다.
BMS에 따르면 레블로질의 지난해 매출액은 1억9900만 달러(한화 약 2600억 달러)로 전년 1억5100만 달러(한화 약 1990억원)보다 32% 상승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의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성분명 베티베글로진 오토템셀)이 베타 지중해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승인됐다. 2019년 6월 EMA로부터 조건부 승인 받았던 진테글로가 미국에도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레블로질의 가장 강력한 경쟁제제가 주요국에서 모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진테글로는 단일용량으로 1회 투여해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환자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다. 진테글로는 베타체인을 생산하도록 조작된 환자의 골수 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며, 이를 시도하려면 미국에선 약 37억원이다. 또 유럽 내 진테글로 1회 투약가격은 약 24억원이며, 가격합의에 실패해 일부 유럽국가에선 철수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가 지원없이 시도하기 어려운 약물인 진테글로와 달리, 해마다 30% 이상씩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레블로질이 더 보편적인 베타 지중해 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