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실서 탄생한 스타트업, 英 벤처시장 활기 주도"

[브렉시트 그 후, 지금 영국은]③
피에레 소챠 英 아마데우스캐피탈 파트너 인터뷰
대학교 연구실서 탄생한 스타트업이 경제 핵심축
끈기있는 창업자·기술력·현실적 밸류에이션 3박자
"매력적인 기술로 세계 홀리는 한국, 투자 늘릴 것"
  • 등록 2024-10-11 오전 7:20:00

    수정 2024-10-11 오전 7:20:00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끈기있는 창업자·퀄리티 높은 기술력·현실적인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영국의 인수·합병(M&A) 시장 못지않게 활기를 띠는 영국 벤처투자시장의 특성은 위와 같이 정리된다. 끈기있는 창업자가 입증된 기술력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차곡차곡 높여나가는, 교과서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명문대학교 연구실에서 탄생한 스타트업들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이 영국 대학교 연구실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스타트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영국 벤처투자 생태계가 날개를 달고 있다. 영국 정부가 대학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을 상업화하고 스핀오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영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데일리는 영국의 벤처투자 생태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영국 케임브릿지에 위치한 아마데우스캐피탈파트너스에서 혁신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피에레 소챠(Pierre Socha) 파트너를 만났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에서 환경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스탠포드 비즈니스 스쿨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IT에서 마케팅과 전략, 클린테크벤처 프로그램을 밟은 소챠 파트너는 생명공학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지난 2012년 아마데우스캐피탈파트너스에 벤처투자 파트너로 합류했다.

영국 아마데우스 캐피탈 파트너스의 피에레 소챠 파트너.
“3박자 갖춘 대학 연구실 창업 기업에 주목”

아마데우스캐피탈파트너스는 1997년 설립된 영국 최대 딥테크(deep tech) 분야 VC로, 유럽 첨단기술 스타트업 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주요 투자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디지털헬스케어 및 의료기술 △핀테크·인슈어테크·레그테크 △컨슈머서비스 △디지털미디어 △반도체 △사이버보안 △기업용 소프트웨어 △텔레콤 인프라 등이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소프트웨어 회사 엔트로픽과 인텔에 인수된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회사 애포나 등이 있다.

피에레 소챠 파트너에게 영국 자본시장 분위기가 어떠하냐고 묻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됐던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딜(deal) 규모가 줄어든 경향은 있었다”면서도 “이 시기를 거친 VC와 스타트업들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때와 달리 더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환경이 다시 무르익는 가운데 아마데우스캐피탈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대학교 연구실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초기 스타트업이다. 소챠 파트너는 그 이유에 대해 “대학교 연구실에서 탄생하는 혁신 기술만큼 새로운 것이 없다”며 “(영국 대학교 연구실 창업 스타트업은) 끈기있는 창업자와 퀄리티 높은 기술력, 현실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균일하게 밸런스를 이루기 때문에 많은 VC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대학교 연구실 창업이라 한들, 모든 기술이 상업화되기는 어려운 법. 초기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는 아마데우스캐피탈파트너스는 ‘될성부른 떡잎’을 어떻게 알아볼까. 피에레 소챠 파트너는 △기술력과 △(프로덕트의)시장 잠재력 △훌륭한 팀 여부를 꼼꼼히 살핀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기존 시장을 확실히 파괴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인지, 그럴만한 기술력을 갖춘 팀인지를 본다”며 “본질적으로 대학교 연구실에서 갓나온 프로토타입이 일반 대중에게 대규모로 채택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훌륭한 아이디어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원과 함께 산업 전체의 흐름을 보고, 가치 사슬을 이해하며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데우스캐피탈은 그 결과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들 중 29개 스타트업은 혁신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런던 증시에 상장하거나 글로벌 기술 대기업에 인수됐다.

“기술로 세계 홀리는 韓…투자 확대할 것”

한국벤처투자(KVIC)로부터 출자받으며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 물꼬를 튼 아마데우스캐피탈은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인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챠 파트너는 “심층 기술에 집중하는 한국의 창업가들에 관심이 매우 많다”며 “사이버보안과 방산, 신소재, 반도체, 의료 기술 등 아마데우스가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취하는 경제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는 영국 의료기기 스타트업 샤코뉴로텍이 있다. 샤코뉴로텍은 지난 2019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에서 스핀아웃한 스타트업으로, 고려대에서 산업정보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정수민 대표가 이끌고 있다. 회사는 말초신경 자극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이상 증상을 완화하는 신경조절 치료를 돕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으며, 혁신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아마데우스캐피탈파트너스를 비롯한 글로벌 VC들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아마데우스캐피탈파트너스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소챠 파트너는 “아마데우스는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창업자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창업가가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시아로 투자 보폭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 자본시장 플레이어들과 관계를 구축 중”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카이스트 출신의 한 벤처투자 관계자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의 물리적 활동은 그 이후에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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