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비스테로이드성 약물 ‘알리톡’(성분명 알리트레티노인, 유럽 제품명 톡티노)과 그 제네릭(복제약) 주도해온 CHE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15억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정체됐던 세계 CHE 시장이 델고시티닙 크림을 통해 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HK이노엔(195940)이 JAK 억제제 후보물질로 바르는 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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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히 ‘주부습진’으로 통하는 CHE는 설겆이시 물과 같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 경증일 경우 보습제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해 관리한다. 하지만 손 표면의 30% 이상 면적에서 홍반이나 갈라짐,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중등증 이상의 CHE 환자에겐 이런 물질은 큰 도움이 안 된다.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4주 이상 스테로이드 제제로 치료되지 않는 CHE 환자의 2차 치료제로 경구용 비스테로이드성 약물 ‘알리톡’을 승인했다. 2018년 GSK가 이 약물을 개발한 미국 스티펠을 인수하면서 그 소유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같은 해 국내 동구바이오제약 등 17곳의 제약사 알리톡 퍼스트 제네릭을 개발하는 등 각국에서 특허가 완전히 만료됐다.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브릿지 디바인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알리톡의 성분인 알리트레티노인 관련 치료제 시장은 15억~2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5개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 일본 등이 세계 시장의 80~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알리트레티노인 시장은 처방 기준 2021년 65억원으로 전년(77억원) 대비 약 8%가량 감소하는 등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 10일(현지시간) 레오파마는 알리톡과 같은 적응증으로 진행한 델고시티닙 크림의 두 번째 임상 3상이 최종적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각종 면역 활성 반응에 관여하는 JAK 억제제인 델고시티닙 크림을 사용한 환자에서 1차 평가 지표인 ‘IGA-CHE’를 충족시킨 것이다.
레오파마에 따르면 IGA-CHE는 △0점(깨끗해짐) △1점(거의 깨끗해짐) △2점(경도) △3점 (중증도) △4점 (중증 또는 고도) 등 5단계로 증상을 구분한다. 회사 측은 16주간 델고시티닙 크립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최소 2단계 이상 IGA-CHE 점수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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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고시티닙 크림은 이미 일본에서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코렉팀’이란 제품명으로 2020년 출시된 바 있다. 레오파마가 개발사인 일본담배산업으로부터 세계 개발 및 판권을 이전받으며, 바르는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어, 알리톡 대비 편의성과 부작용 우려 등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내 JAK 신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CHE와 같은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며 “체내 면역 신호전달 체계의 최상단에서 여러 기전의 발생을 차단하는 JAK를 억제하는 약물이 해당 질환 적응증에도 유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토피 피부염이나 원형탈모증 등의 적응증을 획득한 경구용 JAK제제에서 부작용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델고시티닙 크림 제형이 허가될 경우 이런 부분에서도 자유로워 시장성을 크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021년 9월 스위스 노바티스와 미국 인사이트가 JAK 억제제 중 최초로 국소도포제형의 ‘옵젤루라’(성분명 룩소닉티닙)를 개발해 미국에서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HK이노엔도 자사의 JAK 신약 후보 ‘IN-A002’을 피부에 바르거나 부착하는 경피제형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당초 회사는 경구제형으로 IN-A002를 개발하려 했지만,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IN-A002 관련 독성 위주 임상 1상을 완료했고, 경구제가 아닌 경피제형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