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기업 공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펴낸 보고서 ‘주주 행동주의 부상과 과제’에 따르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이 지난해 77개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에 8개사였던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9.6배로 늘어났다. 조사 대상 23개국 가운데 미국 550개사, 일본 103개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증가 속도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행동주의 펀드는 투자 차익을 거두기 위해 매수한 주식 지분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 요구에 응하지 않는 기업 경영자를 축출하거나 경질하는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는 기업은 경영이 불안정해져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차익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어 공격 대상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건전한 일반 투자자들의 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이런 역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경영 투명화 등을 유도하는 순기능도 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아예 차단할 방법은 없고, 그러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행동주의 펀드도 자본시장의 엄연한 플레이어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급증한 것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 대상으로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관건은 행동주의 펀드의 순기능이 보다 많이 발현되고 역기능은 억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방면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들 스스로가 주주친화적 투명경영을 실천해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 기업들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는 제도를 그냥 놔둬서는 기업의 자기 방어가 쉽지 않다. 경영권 지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저가로 지분을 매수할 권리를 주는 포이즌필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한 만큼 기업의 방어력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