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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슈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에브리스디’(성분명 리스디플람)의 매출 성장세가 매섭다. 에브리스디의 매출은 지난해 11억1900만 스위스 프랑(한화 1조 6350억원을 기했으며, 전년(6억200만 달러) 대비 87%가량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SMA는 척수의 전각세포나 뇌간핵의 변성 또는 소실로 인해 대칭적인 근육의 약화나 소실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태생기에 시작돼 영아기와 소아기에 거쳐 진행된다. SMA는 대부분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을 보이지만, 매우 드물게 우성 유전되기도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2020년 8월 생후 2개월 이상 SMA 환자의 치료제로 시판허가한 에브리스디는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과 미국 PTC테라퓨틱스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에브리스디는 해당 질환에 승인된 최초의 경구용 약물이었다. 지난해 6월 FDA가 에브리스디를 생후 2개월 이전 SMA 환자에게 쓸수있도록 적응증을 확대 승인하면서 사실상 해당 증상이 발현된 환자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SMA는 비활성 형태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SMN1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돌연변이 SMN2 유전자의 발현량이 질환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브리스디의 성분인 리스디플람은 생체 내 기능성 SMN 단백질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유도체다. SMN1또는 SMN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부족해진 SMN 단백질을 대신하는 약물인 것이다.
현재 에브리스디의 경쟁약물은 두 가지다. 미국 바이오젠의 주사형 SMA 치료제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와 스위스 노바티스의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라프로벡)로 각각 미국 기준 2016년과 2019년 시판 허가됐다.
또 단회(원샷) 투여로 졸겐스마는 2021년 국내에 승인돼 지난해 8월부터 위급한 SMA 1형 환자 대상으로 보험에 등재됐다. 이로써 미국에서 졸겐스마 투여에 210만 달러(한화 약 25억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건강보험 적용 시 소득에 따라 83만~598만원을 지불하면 되는 상황이다.
에브리스디는 경구용으로 자가 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핀라자 대비 투약 면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다. 다만 원샷으로 병을 치료하는 졸겐스마와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졸겐스마가 가장 비싸고, 스핀라자도 첫 투여에 75만 달러 이후 추가 투여에 37만5000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에브리스디의 경우 연간 34만 달러로 가격 상한선이 걸려있는 상태다. 보험이나 국가 지원이 없다면 가 격면에서 에브리스디가 가장 싼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전연령대의 SMA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힌 에브리스디가 가격과 투약 경쟁력으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에브리스디가 아직 보험에 등재되지 못했고, SMA 환우회 등에서 관련 절차가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