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소년보호기관에 위탁된 보호소년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친구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진심 어린 보살핌 속에서 반성하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
| 서울가정법원이 주관하는 청소년 문화제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가운데 소년보호 청소년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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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돼 무대에 오르는 청소년 문화제를 개최했다. 6개 소년보호기관에서 약 300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했고, 140여명이 뮤지컬, 연극, 밴드, 치어리딩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전국 각 가정법원은 대법원 후원 하에 매년 돌아가며 소년보호청소년들이 직접 문화공연을 기획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보호소년들이 직접 문화공연을 계획하고 준비해 무대에서 재능을 펼치는 경험을 함으로써 꿈을 발견하고 자신감,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취지다. 12회째를 맞은 올해 문화제는 서울가정법원이 주관했다.
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은 보호시설 청소년들이 문화제를 준비하며 ‘노력을 통한 성취’와 ‘소통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완성하는 과정이 성장과 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공연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경험이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소년 문화제는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6호 기관에서 생활하는 보호소년들이 무대를 만든다. 6호 처분은 소년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마땅히 기거할 곳이 없거나 환경상 재비행의 우려가 있는 아이들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이들은 6개월 단위로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활한다. 이날 문화제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친구들과 다 같이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며 뿌듯해했다.
갱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 판사들은 종종 이들이 재비행에 빠지지 않고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주는 ‘선생님’ 같은 역할을 맡기도 한다. 소년범 재판을 맡고 있는 김이슬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언론에선 악랄한 청소년 범죄가 주로 보도되지만 사실 맡은 사건 대부분은 자전거 절취 등 사건”이라며 “주변 어른의 관심과 가르침이 있었다면 법원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화제 외에도 서울가정법원은 기관 퇴소를 앞둔 청소년과 판사의 식사 면담, 보호자와 함께하는 캠프를 열어 건강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서울가정법원이 주관하는 청소년 문화제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가운데 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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