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고민이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강 다리에서 ‘마지막 보호망 역할’을 하는 SOS생명의전화가 올해 출범 13주년을 맞았다. SOS생명의전화 상담사 10년 차인 김지혜 팀장은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다, 함께다’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그가 상담에 대한 책임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계기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상담자를 구조하면서다. 김 팀장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언어폭력을 듣고 자란 가정폭력 피해자가 결혼 후 남편에게도 폭력을 당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무너진 사례가 있었다”며 “오래된 폭력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은 채 곪은 데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인제 그만 살고 싶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곳을 찾아 전화기를 들었다는 말을 듣고 차분히 상담을 지속했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119에 구조 요청도 서둘러 했는데 감사하게도 막판에 ‘삶’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엔 ‘극단적 선택 예방’과 ‘상담’에 초점을 맞춘 SOS생명의전화가 한몫했다. 김 팀장이 몸을 담고 있는 SOS생명의전화는 국내 생명보험사가 합심해 만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대표적인 자살 방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7월 자살 다발 지역인 다리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는 현재 한강 교량 20곳에 75대가 있다. 365일 24시간 상담라인을 운영하며 올해 6월까지 총 9838건의 상담을 진행, 2202명의 목숨을 살렸다. 특히 자살 시도가 가장 많았던 2022년 구조율은 무려 99.6%에 달한다.
김 팀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상담자의 공통점으로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생명의전화 수화기를 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호소한다”며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또 사회에게도 말할 곳이 없어 생명의전화를 찾아온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삶의 목적 부재’에 대한 고민 상담이 늘었다고 했다.
김 팀장의 설명은 무기력증에 빠진 우리 사회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취업준비나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층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자살예방·상담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의견이다. SOS생명의전화 역시 ‘소방·경찰 핫라인’, ‘사회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면서 자살시도자 구조율이 크게 늘었다.
김 팀장은 “비상 상황 시 119·경찰 출동까지 60초가 걸린다. 즉각적인 대응과 함께 경찰이나 수난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상담을 진행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낸 사례가 꽤 많다”며 “구조 이후 맞춤 의료·상담·지역 복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근본적인 예방책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