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제도 스무돌]다이나맥·일송개발 되살린 ARS, 구조조정 `제3의 길` 될까

회생 절차 개시 최장 3개월 유예 제도
빚 독촉 피하고 기존 영업하며 구조조정 협의
3개월 연명용 시간끌기 우려 지적도
  • 등록 2019-01-03 오전 6:15:00

    수정 2019-01-03 오전 6:15:00

<자료=회생법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경영위기에 처했던 현대 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다이나맥은 지난해 8월 27일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통상의 절차대로였다면 법원은 한달내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 다이나맥은 채권채무가 동결되고 ‘법정관리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추가 자금수혈도 불가능해진다. 협력업체 역시 다이나맥에서 받을 돈도 못 받아 도산한다. 하지만 다이내맥은 3개월간 이런 현상이 없었다. 회생절차 개시 후에도 3개월 동안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면서 회사 갱생을 시도했다. 다이나맥이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하자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3개월간 보류해줬기 때문이다.

7일 파산법조계 등에 따르면 회생절차 신청 기업에 법원이 최장 3개월까지 회생개시 결정을 보류해주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다이나맥에 이어 골프장 레이크힐스용인CC를 운용하는 일송개발 등 ARS 절차를 밟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ARS가 3개월간 채권자의 자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상거래채권 결제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계속하며 자율적 구조조정을 모색할 수 기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다만 기업에 ARS가 연명용 시간끌기 절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청→개시 결정 최장 3개월 보류

ARS는 법원이 최장 3개월간 채무자의 자율적 구조조정 시도를 보장해주는 방안이다. 현재 법원은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빠르면 신청후 1주, 보통은 2-3주 내에 하고 있고 법상으로는 한달 내에 해야 한다. 반면 법원은 기업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 ARS를 원하면 회생 개시 결정을 최장 3개월간 보류해준다. 이 최장 3개월 기간 기업과 채권자가 자율적 구조조정안에 합의하면 회생 신청을 취하하고 워크아웃 등으로 경영정상에 나서고 합의에 실패할 경우 일반적인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기존에는 부실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하청업체에게 줘야 할 납품대금도 결제할 수 없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가 줄도산을 맞는 부작용이 컸다. 통상 법원이 채무자의 자산 은닉과 자의적 처분을 방지하는 보전처분을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ARS하에서는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는 보전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사문화된 조기변제 제도를 활성화해 조기상환을 허용한다는 게 법원 방침이다. ARS에서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방지된다는 이유다.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조선사, 건설사 등 수주기업 입장에선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만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이나 주택 보증 등이 불가능해진다”며 “ARS하에서는 임시적이나마 정상적인 영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이나맥은 ARS를 밟는 동안 정상적인 영업에 나서 한달 매출이 회생신청 전인 7월 81억원에서 회생 신청(8월) 이후인 10월 96억원으로 늘었다. 자동차 부품 생산량도 7월 한달 280만개에서 10월 340만개로 불어났다.

워크아웃에 비해 상거래채권자 등 모든 채권자의 자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을 방안을 협의해 볼 수 있는 것도 ARS의 장점이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이나 개인 등이 갖고 있는 대출과 보증 등 금융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며 상거래채권은 동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통상 회생신청이 있으면 채무자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 모든 채권자의 자의적 처분을 금지하는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린다. 다이나맥의 주채권은행이었던 기업은행 기업개선부 관계자는 “채권자 입장에서 상거래채권자까지 포함해 함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상거래채권자의 상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시변통...연명용 시간끌기 안 돼

하지만 ARS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ARS는 법원이 3개월간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미룬 것에 불과하고 부실을 털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국책은행 기업구조조정 담당 부장급 인사는 “어차피 법원에서 채무 감액을 안 해주고 유예를 해준 것이면 결국 다 갚아야 할 빚”이라며 “몇 개월 자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채권단과 구조조정을 협의할 수 있겠지만 ARS가 구조조정 성공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다이나맥도 외부 투자유치 등 신규자금 수혈이 무산되면서 채권단과 자율적 구조조정 합의에 실패, 통상적인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ARS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3개월의 연명용 ‘시간벌어주기’가 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ARS가 남용되면 자칫 기업 구조조정 시기를 실기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며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ARS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회생법원은 이에 대해 3개월간 기업과 채무자가 어차피 향후 필요한 회생계획안을 검토하기 때문에 ARS 과정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회생절차 개시 이후 절차를 단축한다는 입장이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원 밖에서 워크아웃을 하다 기업이 다 망가진 후에 회생절차를 밟기보다 워크아웃을 하더라도 법원에 와서 회생절차 신청 후에 하라는 취지도 있다”며 “ARS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협의 과정에서 드러난 사항을 반영해 단기법정관리 제도인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제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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