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사세 확장을 노리는 하나금융지주와 마침내 대형 원매자를 찾은 산은 입장에서는 인수 협상이 무르익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사와 최종 가격 협상 등의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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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7일 이뤄진 KDB생명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가 단독으로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간 여러 유력 금융사와 경영참여형 운용사(PEF) 등이 물망에 오르던 상황에서 후보군에 꼽히지 않던 하나금융이 깜짝 등장한 데 이어 우선협상대상자 자리까지 꿰찬 것이다.
이번 KDB생명 매각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5번째 시도라는 점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KDB생명을 인수했으니 횟수로도 13년 만이다. 한 두번 매각 결렬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5번의 시도라면 실패가 주는 부담감이 남 다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점치는 KDB생명 매각가는 약 2000억원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KDB생명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정상화를 시키는 데까지 약 1조원 안팎의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수도 인수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본시장에서는 KDB생명 인수전이 예상 밖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피력하지 않던 하나금융지주의 등장과 이번에는 매각하려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맞물렸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KDB생명이라는 인지도 있는 생보사의 수혈은 장점이 있다. 은행에 집중된 수익 구조도 분산시키고, 그동안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보험사 포트폴리오도 강화할 수 있다.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냈다는 점 자체만 보더라도 진성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하나금융지주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국내 초대형 금융사의 등장은 여러 제반 조건이나 자금 사정 우려를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어서다. 국내 금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찾기도 갖출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앞서 수차례 이뤄진 실사 과정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서 치명적인 경우의 수가 나올 확률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이 두루 포진한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도 현재 KDB생명이 당면한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최종 매각가도 2020년 JC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했던 2000억원 범주를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20년 헐값 매각 논란에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이 “매각가 2000억원은 생명보험업계 현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시장에서 결정된 것으로 적정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매각 적기에 팔 수 있을 때 파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던 점만 봐도 그렇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치명적인 변수가 터져 나오지 않는 이상 예상 수준에 하나금융지주 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KDB생명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인수 이후 어떻게 PMI(인수 후 통합작업)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하나금융지주나 산은 모두 부담이 있는 만큼 매각 협상에 큰 이견을 보일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