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SRE][Worst]CJ ENM, 해외 M&A 재무부담 가중

워스트레이팅 3위…59명 중 57명 등급 하향 응답
올해 상반기 CJ ENM 807억원 영업손실
피프스시즌 인수…美 작가·배우 파업에 수익 직격탄
CJ라이브시티, 설립 이후 매년 대규모 적자
  • 등록 2023-11-17 오전 7:41:11

    수정 2023-11-17 오전 7:41:11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콘텐츠 명가 CJ ENM(035760)이 실적 부진 장기화를 겪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일산 CJ라이브시티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아픈 손가락’으로 등극한 데다 2021년 미국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 인수 부담으로 재무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라라랜드 제작사 피프스시즌 인수 부담↑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채권시장 전문가 176명 중 59명(33.5%)이 CJ ENM의 현재 등급이 적절치 않다고 응답해 워스트레이팅 3위로 선정됐다. CJ ENM은 34회 SRE 워스트레이팅에 신규 포함된 기업으로 한기평과 NICE신평은 ‘AA-(안정적)’를 부여했다.

CJ ENM을 고른 59명 중 57명이 현재 신용등급 대비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직군별로 크레딧 애널리스트(CA)는 34명 모두가, 비CA는 25명 중 23명이 등급 하향에 표를 던졌다.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비CA 2명에 불과했다.

CJ ENM은 지난 2021년 11월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인 피프스시즌 인수를 발표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K콘텐츠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인수 자금으로 약 9300억원을 투자했는데 CJ ENM의 역대 M&A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63년 만에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작가·배우 노조들이 동반 파업하면서 수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피프스시즌은 지난해 연간 692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9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24~28편의 작품을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 상반기 피프스시즌이 납품한 콘텐츠는 3편에 그쳤다.

SRE자문위원은 “결국 신평사들이 CJ ENM을 지켜보고 있는 건 미디어 쪽 투자 상황 때문”이라며 “미국 피프스시즌이 잘 안되고 있다. (CJ ENM은)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겠다고 공표를 한 상황이라 일단 (신평사들이) 지켜보겠다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영진 NICE신평 책임연구원은 “2022년 이후 피프스시즌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금 증가와 피프스 시즌 자체 차입금 등이 반영되며 연결기준 차입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등 재무적 여력이 축소됐다”며 “최근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동산 및 투자지분 등 유휴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전자본잠식 CJ라이브시티, 골칫거리 등극

CJ ENM이 지난 2015년 한류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CJ라이브시티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설립 예정인 K팝 전문 돔 공연장, 상업시설, 호텔 등 복합문화시설을 말한다. 최초 사업계획 수립 6년 만인 지난 2021년 10월 착공에 들어갔으나, 지난 4월 공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용이 올라간 데다 원활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면서다.

현재 CJ라이브시티는 국토교통부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 조정위원회의 검토를 받게 됐다. 사업 기간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 부지 용적률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정성 훼손을 우려해 사업 조건 변경에 난색을 보이는 등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CJ라이브시티는 설립 이후 매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채무보증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 5월 CJ ENM은 CJ라이브시티에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이유로 티빙으로부터 599억원을 단기 차입 형태로 조달했다. 통상적으로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이자율을 연 4.6%로 책정됐으며, 차입 잔액은 89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티빙 역시 적자라는 점이다. 티빙은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485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의 적자로 집계됐다. 출범 이후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매년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외 OTT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투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편해창 한기평 연구원은 “비우호적 경영여건과 영업상황을 감안해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견지할 예정”이라면서도 “티빙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부문 경쟁력 강화에 수반되는 투자부담이 존재하고 있으며, 복합 문화테마파크사업(CJ라이브시티) 추진에 따른 자금 소요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입부담 축소 여부 모니터링 필요”

신평사들은 당장의 수익성 개선 여부보다는 향후 차입부담 축소 여부 등 재무여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프스시즌 인수를 위한 자금유출과 차입금 증가 등으로 CJ ENM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조2535억원으로 전년 동기(6606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88.9%에서 137.8%로 높아졌다.

편 연구원은 “중단기간 제한적인 이익창출력 개선 여력과 투자부담 등을 감안할 때 자체적인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향후 영업현금창출력 및 투자규모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계획 실행에 따른 차입금 감축 수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CJ ENM의 올해 하반기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피프스시즌의 작품 공급이 예정대로 이뤄져야 하고,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가 확대돼야 한다. OTT 경기 악화, 할리우드 작가 파업 사태 등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상태다.

SRE자문위원은 “티빙, 영화관, 케이블TV 등 모든 것이 넷플릭스에 밀리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이 많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느는데 이익이 계속 빠지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NICE신평은 CJ ENM의 신용등급 하향 조건으로 사업실적 저하 혹은 대규모 투자부담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4% 미만이면서 순차입금의존도가 15% 초과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CJ ENM의 영업이익률은 -5.3%, 순차입금의존도는 24.5%로 이미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다.

다만 CJ ENM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1108억원, 영업이익 74억500만원을 기록해 상반기 내내 이어져오던 적자 흐름을 끊어냈다. 그간 부진했던 티빙과 미국 콘텐츠 자회사 피프스시즌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광고 매출과 시청 트래픽 유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4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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